본문 바로가기
여행

짧은 비엔나, 오스트리아

by 에일라거 2015. 4. 25.

유럽에 갈 일이 있어서, 주말에 비엔나로 짧은 여행을 하고 들어왔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의 비엔나는 사실 예전에 배낭여행으로 와 본적이 있었는데, 그때가 아마... 2005년?


정확히 10년전....... 그게 벌써 10년전.... 크흑


어...어쨌든 그때는 사실 별 느낌이 없었다. 지금 생각나는 아련한 이미지로는, 비오는 우중충한 날씨에 엄청 달았던 비엔나 커피 한잔 정도의 기억밖에... 딱히 그래서는 아니지만, 어쩐지 비엔나를 한번 가보고 싶다 생각을 했고 이번에 다시 찾아가봤던 비엔나는 아기자기하고 달달했던 도시였다.


도시 자체가 그리 크지 않다. 지도상으로 보면 굉장히 먼 거 같은데 지하철 세정거장이고 막 ㅎㅎ.. 그 와중에 또 있을 건 이거저거 다 있어요. 유럽 여느 유명한 도시라면 하나쯤 가지고 있는 랜드마크 대성당이 있고, 여름 별궁이라는 쉔브룬 궁전, 천재 음악가 모짜르트의 도시답게 여기저기 찾아볼 수 있는 모짜르트의 흔적 등등등


게다가 달달한 먹을 것들이, 맛있는 게 엄청 많았다. 사실 나는 잘 몰랐는데 알고보니 유명했던 모짜르트 초콜렛, 모짜르트 초콜렛 술, 무슨 아이스크림, 바나나 과자, 웨하스 등등... 진짜 무지막지하게 단데, 이게 또 엄청 맛있어요 ㅋㅋ 왜? 다니까! 단건 맛있다!




처음 비엔나에 도착해서 보고 싶었던 건 케른트너 거리였다. 도시의 중심가, 비엔나의 명동, 랜드마크 슈테판 대성당, 맛집들의 본산! 간판이 독일어인 거 같은데... 쾨른트너 스트라비?? 어쨌든 저게 Street 인 거 같고... 하나도 모르고 찾아간 거 치고는 그럭저럭 찾아다녔던 거 같다.


지하철 역을 올라가서 보는데...



처음 본 케른트너 거리의 모습. 분명히 전에 왔을 때도 보긴 봤을 텐데... 전혀 기억에 없다. ㅋㅋ


이 거리는 비엔나의 중심이 되는 거리고, 분위기는 딱 명동 정도...? 쇼핑할 것들도 좀 있고 먹을 것도 많고 기념품점도 많고. 일본사람들은 거의 없고 중국인이랑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았다. 그리고 50대 정도 돼 보이는 아줌마들 단체 관광객이 주로 있고... 딱 보면 알아볼 수 있는 게 등산복 입은 사람들은 전부 한국인이다. 역시 국토의 70%가 산인 나라! 이 국토에선 등산복은 필수!



이 거리에는 이렇게 노천 카페가 많다. 좌우에 카페/식당들이 있고 길 한가운데 자리를 놓고 식사 커피 맥주 사람구경, 사람들도 니들 구경

나도 자리에 앉아서 맥주 하나 먹어봤는데, 비엔나 맥주가 원래 이런가? 난 유럽 맥주들은 다 맛있는 줄 알았는데 비엔나 맥주는 별로 맛이 없다. 이게 뭐지?!? 아니면 역시 이런데서 먹으면 안되는 건지... 맥주가 꼭 우리나라 맥주 같아 ㅋㅋ 맥주 향에 탄산 넣고 알코올 넣어서 파는 느낌이랄까



여느 대도시라면 빼놓을 수 없는 거리의 악사들. 둥가둥가~ 게다가 비엔나는 음악의 도시니까... 근데 영화같은 데서 본 것처럼 바이올린이나 첼로를 갖다놓고 켜는 사람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진 않더라. 벤조라니! 

그나저나 이제 눈치챘는데 이아저씨들... 나이가 꽤;; 우리나라같았으면 아직은 상상 못할 일. 산업화 시대를 거쳐온 사람들에게 취미란 사치이고 "쓰잘데기 없는 것"일 수도 있었겠지만... 어찌됐건 지금을 살고 있는 나로서는 이런 게 부럽다. 나이가 들어도 저기 어디 공원에서 산책하는 것 외에도 취미를 가지고 있다는 거. 게다가 악기라니.... 악기는 사실 어렸을 때부터 배우지 않으면 나이들어서 배우기는 조금 벅찰 수도 있는 거니까. 악기를 하나씩 다루면서 밴드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인상적이다. 취미일지라도 몇십년씩은 쳐 왔을거 아냐? 나도 요즘에 나이를 먹을수록 역시 악기를 배워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비엔나에는 브랜드 샵이 다른데는 잘 없었는데... 케른트너 거리에는 그래도 여기저기 알만한 브랜드들이 보인다. 브랜드들이 워낙 자기 로고들 디자인을 잘 해놓은 데다가 건물까지 고풍스럽게 어우러지니까 엄청 이뻐 보이더라. 유럽느낌 물씬물씬


케른트너 거리는 사실 슈테판 대성당을 중심으로 해서 쭉 뻗어있는 거리인데, 내가 지하철역을 나오면서 대성당 반대편으로 나오는 바람에 쭉 뻗어있는 거리만 보고 막상 대성당을 보질 못했었다. 그래서 거리를 끝까지 돌아보고선 다시 역 쪽으로 가서 조금 더 가니까 성당이 나오는데,



와, 이게 뭐지

처음 보고선 말문이 막혔다. 유럽은 너무 옛날에 가보고 안 가봐서, 예전에도 뭔가 대성당같은 걸 봤던 거 같은데 까먹고 있었거든. 근데 건물들에 가려있던 성당이 딱 나타나는데... 우와 이건 뭐


어마어마한 크기에 처음 놀라고, 조금 가까이 가니까 나타나는 그 디테일에 두 번 놀랐다. 이게 대체 뭐지? 사람이 이걸 만들었다고? 이걸 대체 어느 세월에 다 만들었지... 그냥 벙쪄서 한참 보고 있었네 진짜 우와... 처음 압도됐던 그 크기는 사실 보고 또 보면 익숙해지는데, 기둥마다, 벽마다, 창문마다 새겨져있는 그 디테일들은 봐도봐도 끝이 없었다. 아니 진짜 이걸 어떻게 다 만들었지?


사실 더 놀란 건 성당 안을 보면서였다.




어마어마한 공간감...기둥들이 정말 압도적이었다. 요즘은 기술이 발달해서 건물 내부에 기둥이 많이 없지만... 예전엔 기둥도 많고 이렇게 큰 건물이다 보니 크기도 엄청나고, 그 사이사이에 있는 온갖 조각들... 이렇게 뭐가 많으면 정신없을 법도 한데, 또 있을 덴 있고 없을 덴 없는 그런 느낌 그런 알맞은 느낌





실제로 운영(?)하고 있는 성당이라 기도하는 사람들, 촛불을 놓는 사람들도 있고... 그랬다. 기도하는 가족.



성당을 구경하고 나니 슬슬 배가 고파져서, 빈에서 유명하다는 음식인 슈니첼을 먹으러 갔다. 슈니첼이란 게 돈가스 비슷한 건데 식감이 좀 다르다고 하고, 이 요리 최고의 맛집은 피그뮐러라고 하길래 찾아가 봤다. 전부 성당 근처에 있음. 들어갔는데... 사람이 꽤 북적북적, 직원이 예약했냐고 물어봐서 아뇨 안했는데요... 했더니 그럼 자리가 없대. 얼래... 그럼 내일로 예약할께요 했더니 이번주말은 다 찼대. 와 나 뭐 이래 장사 엄청 잘되네


아니 그래도 비엔나 하면 슈니첼이라는데 뭔지 먹어는 봐야지 해서 카페같은 식당을 갔다. 



슈니첼이 있길래 맥주랑 슈니첼을 냉큼 시키고 먹어봤는데! ...뭐지 이건

뭐야 퍽퍽한 돈가스잖아

맥주도... 맛없어! 독특한 맛이라고 하기엔 맛 없어!! 


개인적인 평으로 슈니첼보다는 일본식의 속은 촉촉하고 겉은 바삭한 돈가스가 훨씬 맛있고, 맥주를 여기서 두번째로 실패하고 나니, 아... 비엔나는 맥주가 맛이 없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좀 찾아보고 갈 껄 그랬나? 그래도 뭔가 맛있는 맥주가 있을 텐데... 유럽인데....


그렇게 어영부영 밥을 먹고 대망의 단것을 사러 갔다.




내가 간 곳은 위의 두 집. Wanner 라는 웨하스 집이랑 HEINDL 이라는 초콜렛 가게. 둘 다 체인점이었고 현지인들도 엄청 많이 사가는 걸 봐서 이건 뭔가 유명한 거다! 라고 해서 거기서 샀더니 역시 유명한 거더구만... 몰랐는데 그게 모짜르트 초콜렛이라고 하더라. 단 걸 너무 많이 사와서 지금 돌아온지 2주가 지났는데 아직도 먹고 있다는.... ㅋㅋㅋ



단것의 향연! 홀수번은 HEINDL에서, 짝수번은 Wanner에서 보고 산 것들이다. 다 사지는 않았고... 


1번/5번이 그 유명한 모짜르트 초콜렛. 1번이 진짜 와 도대체 어떻게 만든거지? 마약 탄 줄... 비엔나에 가면 HEINDL 말고도 모짜르트 초콜렛을 파는 데가 있는데, 그건 나중에 나온 거 같고 HEINDL 꺼가 대체로 다 맛있다.  

2번/6번은 웨하스인데 속이 엄청 꽉꽉 차 있다. 우리나라 웨하스는 가볍고 속도 부실한데 이건 초콜렛이 엄청 꽉꽉 차 있어서 과자가 무거울 지경...

4번/8번은 뭔지 안먹어봐서 모르겠는데, 이것도 뭔가 초콜렛 과자

3번이 모짜르트 초콜렛 술이다. 이건 깔루아처럼 우유에 타먹는 거고 자체 알콜 도수는 17도 정도. 우유에 탔을 때 맥주처럼 5도 정도 되게 해서 먹으면 되는 거 같았다. 엄청 맛있음!! 400cc 짜리도 있었는데 그건 너무 크고 무겁고 해서 그냥 맛보기로 50cc 짜리를 사 와서 먹었다. 

7번은 바나나과자인데 이것도 한국사람들한테 유명하다고 하더라고. 안쪽에 노랗게 바나나 맛이 나는 뭔가가 들어 있고, 겉이 초콜렛으로 싸여 있다. 이건 그냥 그럭저럭 맛있는 수준.


첫날은 이정도로 마무리했다. 피곤해서 방에 와서 씻고 그대로 뻗고, 그다음날은 쉔브룬 궁전을 보러 갔다. 여기도 지도상으로는 엄청 먼 거 같았는데... 내가 묵은 숙소에서 지하철로 세정거장... 숙소를 슈테판 대성당이랑 쉔브룬 궁전의 가운데쯤으로 정하긴 했는데, 그렇다 해도 엄청 가깝더라;



보기만 해도 탁 트이는 쉔브룬 궁전

넓다! 예전에 여기서 몇 명이나 살았을까? 예전엔 참... 높이는 못 지으니까 크게 짓는 것이 부의 상징이랄까. 뒷쪽에 또 정원이 있는데, 이건 정원이 아니라 공원이여... 무지하게 넓더라. 궁 안에 입장할 수 있는 티켓을 사서, 박물관처럼 되어 있는 내부를 쭉 보고 옆쪽과 뒷쪽의 정원을 같이 봤다. 궁 안에는 사진을 못 찍게 돼 있어서 사진이 없고...



요게 바로 추가적으로 입장권을 사야 볼 수 있다는 무슨 정원! (이름을 까먹....) 앞에 보이는 건물이 쉔브룬 궁전의 옆면이다. 저것만 봐도 하나의 건물 같은데 저건 그저 옆면에 불과하지... 이게 전망대 위에 올라가서 찍은 사진이다. 뷰가 참 좋았더라는 기억이 난다. 날씨도 선선하니 좋았고 ㅎㅎ



궁궐 옆쪽의 정원을 보고 뒷쪽으로 가면 또 이런 어마어마한 정원이 나타난다. 앞에 분수대가 있고, 저 뒷쪽에 산 위에 글로리에떼라는 건물이 서 있고... 예전에 합스부르크 왕가를 찬미하기 위해 지었다는데 지금은 카페가 들어서 있다. 저 위까지 반드시 가보길 권한다. 글로리에떼 건물 자체는 그렇게 인상깊지 않지만, 저 곳에서 빈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이렇게.... 이게 진짜 사진이라 이렇지, 실제로 보면 탁 트인 풍경이 정말 좋다. 높은 건물도 없고, 우리나라처럼 미세먼지도 없어서 가시거리도 길고... 한참 보다 내려왔네


이렇게 굵직굵직한 것들을 보고서 오후에는 케른트너 거리 가서 기념품들 조금 사고 빈을 떠났다. 여유있게 본다면 2박 3일 정도 머물면서 보면 쿤스트하우스도 보고 도나우강변에도 가 보고 했을 텐데... 그건 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강렬한 인상을 받고 온 거 같다. 유럽 여행이 오래 하면 다 거기서 거기 같다고는 해도, 슈테판 대성당 같은 걸 뻥 하고 마주쳤을 때의 그 느낌, 그런 것들 때문에 유럽 유럽 하는 거 같다. 한번 쯤 가보면 좋을 도시!



마지막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찍었던 러시아 어느 도시(첼라빈스크)의 야경

유럽으로 가는 비행기는 육지 위를 날아가니까... 그리고 나의 엄청난 카메라 덕분에! ㅋㅋㅋ 소니 A7s! 아래 사진은 ISO 102400! 

기술의 발달이란.... 꼭 SF영화 같네 ㅎㅎ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