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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새재자전거길 종주

by 에일라거 2015. 8. 30.


친구 몇 명이랑 같이 전국 자전거길들을 타고 있는데, 새재자전거길을 같이 타자고 해놓고, 이게 길이가 짧으니까... 한 번 나혼자 사전답사해봐야지~ 하고 아무 생각 없이 다녀왔다. 사전정보 없이 아무 생각 없이 출발한 그 길에는, 나중에서야 알았지만 A.K.A 문경새재 이단콤보라는 이화령/소조령 형제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와 이화령은 처음이지?


이거 뭐야... 무서워...


나는 자전거를 타고 '~령' 이라는 걸 처음 넘어봤다. 아니 무슨 오르막이 가도가도 끝이 없어... 보통 그래도 오르막 하면 가다가 내리막도 약간 나와서 조금 쉴 수도 있고 그러다 다시 올라가고 해서 야호 정상이다! 뭐 이런 식이었는데 와... 이화령....그냥 주구장창 올라간다. 초입부터 해서 대략 5km를 그냥 냅다 그냥


나중에 찾아보니 업힐 타는 사람들한테는 이화령은 쉬운 편이라고 하더라. 근데 그냥 아무 정보도 없이 가니까 어후....ㅋㅋㅋ



어쨌든 여행은 상주터미널에서 시작되었다. 상주-충주까지 타는 거라, 차에 자전거를 싣고 충주 탄금대 인증센터 근처에다 차를 세운다음에 충주시외터미널로 가서 버스를 타고 상주로 고고.. 그나저나 저 자전거도 참 오래쓴다. 2010년에 아팔란치아 꺼를 30만원 주고 사서는 색깔이랑 맘에 안든다고 올분해해서 Moto GP 도색으로 싹 도색했는데 그 비용이 55만원.... 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 배보다 배꼽이 더 크네 ㅋㅋㅋ


Moto GP Honda-KONICA MINOLTA 하악하악


하악하악.... 개이쁘다.....이걸 참고사진으로 보여주고 도색해달라고 하니까 그래도 느낌이 엇비슷하게 나오도록 해줬다. 캬~~ 들인 정성이 아까워서라도 10년은 타야지 ㅋㅋ



또 잠깐 정신줄을 놨네...;; 쨌든 첫 인증센터 (상주 상풍교)가 터미널에서 대략 16km 정도 떨어져 있어서 거기까지 가야 한다. 터미널에서 출발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자전거길이 나오는데, 사실 이 길은 한 3km 정도...? 잠깐 뿐이고, 나머지는 지방도를 쭉 타고 가야 한다. 



이런 길로 대략 13km를 타고 가는데... 갓길이 있는 곳도 있고 거의 없는 곳도 있지만, 주말인데도 통행량도 거의 없고 트럭같은 차들도 다니지 않아서 많이 위험한 편은 아니다. 어떤 길은 갈길 진짜 하나도 없는데 큰 트럭들 쌩쌩 달리고 이런 데도 있는데... 여긴 그냥 시골길 느낌. 이날 나 혼자인데다가 음악도 없이 가니까 자전거바퀴 굴러가는 소리밖에 안 들릴 정도로 조용하더라.



분위기도 제법 고즈넉하고 여유있다. 와.. 나 이런 정류장 표시는 또 오랜만에 보네. ㅋㅋ 80년대 영화에 나올 것 같은 분위기의 '승강장'



이러쿵저러쿵 해서 상주 상풍교 인증센터에 도착... 도장을 쿵! 어떤 여자분이 혼자서 자전거 여행하고 있었다. 대단...그분은 내가 가는 길의 반대쪽으로 가는 길이었던듯. 지금 생각해보면 상주-충주보다 충주-상주가 더 힘든 길인데, 어디서부터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단하다. 


이 다음 인증센터는 문경 불정역 인증센터인데, 이 역은 폐역이고 현재는 레일바이크를 운영하고 있었다. 불정역까지 가는 길은 고저차가 심하지 않고 자전거길이 잘 돼 있어서 가기가 수월했다. 


불정역 가는 길


가는 길엔 풍경이 좋았다. 날이 조금 흐렸지만 그렇게 흐릿하다는 느낌이 별로 없었다. 맑아도 먼지가 많아서 흐리멍텅한 날이 있는데 흐렸지만 그런 느낌은 아니어서, 오히려 해바라기밭이라든지 가는 길에 군데군데 있었던 소나무 무리(?)라든지 하는 것들이 좀 더 선명하고 예뻐 보였다.


 

드디어 도착.... 폐역 하면 진짜 옛날 냄새 풀풀 나고 별로 안 이쁘고 그럴 줄 알았는데 이야... 저 청록색은 새로 도색을 한건지 원래 저 색깔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진짜 예술... 주변이랑도 잘 어울리고 돌이랑 어울리는 거 보소. 진짜 감각있는 건물이었다.



자... 쨌든 다시 사진찍고 도장찍고 출발~ 근데 여기까지가 터미널부터 한 50km 지점인데 자전거 진짜 오랜만에 타는 건데 자전거길이 좋다고 냅다 밟았더니 다리가 심상치가 않다. 어쨌든 별 수 없으니 출발



다음 목적지인 이화령 전에 문경새재 입구! 여기까진 뭐 좋았지. ㅋㅋㅋ 불정역에서부터 대략... 15km 정도...?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무서운 표지판을 보게 되는데....


두↘둥↗


짤방 만들고 싶다. 아

아까 다리가 안좋았다고 밑밥을 깔아놨는데, 이날 진짜 오랜만에 자전거타서 그런가 아 막 생전 이런 일이 없었는데 다리에 막 쥐가 날라는 거야... 내가? 허벅지에 쥐가? 난데? 와 허벅지는 자신있었는데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지... 하면서 이럴리가 없어 이건 쿰, 무서운 쿰! 그리고 이화령을 기어올라가기 시작했다.


처음에 쉼터가 나올 때 잠깐 쉬었다 갈 껄 그랬다. 7% 오르막으로 5km를 올라가는데... 하아....  처음 한 2km는 그냥 갔는데 와 이게 끝이 안보이는 거야. 그래서 나중엔 바닥에 200m마다 '이화령 3.6km' 뭐 이렇게 써 있는 거, 그거만 보고 갔다. 200m만 더 가자... 200m만 더 가자....

중간에 두번 섰다. 쉼터가 1km마다 한 번씩 나오는데 이건 오늘은 도저히 이거 그냥 올라가면 백프로 쥐난다... 아 내가 왜 이걸 아... 이생각밖에 안들고 처음엔 주변에 집들이 보이더니 점점 산꼭대기랑 하늘밖에 안 보이고 고속도로는 이미 저 밑에 있고 ㅋㅋㅋㅋ 지금 이 문장처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내 기분을 그대로 표현한 거임


ㅅㅂ 이화령이다!! 으아아아아아아아!!!!


으아 ㅅㅂ 으아 이것이 이화령 꼭대기인가.... ㅅㅂㅅㅂ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기분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저렇게 올라가고 자전거 세워놓고 뒤를 딱 봤는데



보이는 건 하늘이요 산꼭대기요 내가 저 조그만 자전거로 여기를 올라온 것이로다

아아아아 카타르시스란 게 이런걸까 ㅋㅋㅋㅋ



캬~~~ 저 밑에 보이는 저게 도로라는 건가? ㅋㅋ너무 뿌듯했다. 자전거 타면서 이렇게 뿌듯했던 적이 없었던 듯.... 이화령 꼭대기 휴게소에서 라면도 먹고~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밑에 지나다니는 차들도 좀 내려다 보고~ 진짜 한껏 만끽하다 내려왔다. 내리막경사는 더 급해요. 10% 내리막... ㅋㅋ 최고시속 53km/h 찍었다. 이번주에 친구들이랑 같이 갈 때는 57km/h 찍음 캬~~


다만 커브가 많으니 커브에선 확실히 속도를 줄이고... 뒤에 차 없는지 보면서 아웃-인-아웃으로... 뭔 개소리야! 

...쨌든 조심해서 내려오라는 얘기다. 


이화령을 피크로, 이 뒤에 나오는 소조령이 있었는데 소조령은 사실 경사가 그렇게 급하지 않다. 이화령의 절반 정도... 그래서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마칠 수 있었고, 그 뒤로는 대세 내리막. 오르막이 중간중간 있기는 하지만 많지 않다. 그리고 풍경도 꽤 좋기 때문에 즐기면서 타면 된다.



요런 계곡이라든지.... 이게 사진에 다 표현이 안됐는데, 정말 좋고 뻥 뚫린 느낌. 캠핑하는 사람들도 꽤 있고... 계곡 이름은 모른다. 담에 한 번 가봐야겠어... 쨌든 위치는 아니까. ㅋㅋ



아이고... 우여곡절 끝에 다시 강을 만나서 강변도로를 쭉~ 타고 탄금대까지 왔다. 참... 가뜩이나 혼자 다니면 힘든데 거기에다 문경새재 이단콤보에 간만에 자전거 타니까 다리는 또 말 잘 안듣고 해서 진짜 힘들었다. 그래도 한 번 사전답사하길 잘했지... 어제 친구들이랑 같이 갔는데 사전답사 안했으면 어제 너무 힘들뻔... ㅎㅎ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령'을 넘는다는 걸 이번에 처음 해 봤는데, 진짜 묘한 쾌감이 있다. 이런 기분에 업힐 타는 건가? 담엔 대관령 한번 타볼까... 아냐 생각만 하자 생각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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