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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별이 빛나는 밤에

by 에일라거 2017. 2. 26.


별이 쏟아지는 듯한 하늘을 본 지가 오래됐기도 하고, 예전부터 별 한번 찍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서 친구가 추천해준 안반데기를 목적지로 찍어놓고 별을 찍으러 갔다. 


가기전에 Moonphase 먼저 확인


예전에 사이판 갔을 때 저 보름달만 아니면 별이 진짜 많겠다... 싶었던 경험이 있어서 가기 전에 달이 어떤지부터 확인했다. 갑자기 가기로 생각했는데 이게 웬일...최고의 달! 달이 없어!



안반데기는, 위 지도에도 있지만 대관령 근처의 어느 산꼭대기에 밭 같은 게 넓게 펼쳐있는 곳이다. 일단 산 위로 높고 조명이 없어서 별 찍기 좋다는 건가? 싶어서 일단 뭔지는 모르겠지만 찍고 출발했다. 대략 3시간 걸려서 각종 스키장과 리조트를 지나서 산길로 들어서는데....


넘나 무서운 것


조명이 없다. 깜깜해도 너무 깜깜한데, 주변에 민가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데 사람없는 차들이 드문드문 세워져 있고 도로는 차선도 없는 좁은 곳에 월동장비 없는 차량은 산으로 들어가지 말라고 군데군데 써 있고 중간중간 '마음의 고향 평창' 현수막 바람에 펄럭펄럭 소리내고 있고 여긴 강릉이고 막 후


안반데기로 진입하려면 산길 오브 산길로 진입해야 하는데 안반데기 입구에 '동절기 차량 출입 금지' 라고 붙어있더라고... 괜찮겠지 설마 하면서 진입했는데 가파른 길에 완전 빙판.... 조금 올라가다가 바퀴가 헛돌기 시작하는데 좀 가다보니 바퀴만 헛돌고 차가 섰어. 끄어어.... 진짜 운전하다가 공포 느낀거 오랜만이었다. ㅠㅠ 다행히 차가 선 데가 조금 넓은 도로여서 간신히 차를 돌리고 나왔다. 겨울엔 절대 네버 가지 마세요! 죽을 수도 있어요!!!


저 위 사진의 위치에 차를 일단 세우고 잠깐 패닉에 빠져 있다가 찍긴 찍어야겠고 해서 지도를 뒤졌다.



그래. 호수가 있으니까 아마 탁 트여있을 꺼야 하고 저 곳을 찾아갔다.


ISO 4000, 30s | 후보정 노출 +2.5, 채도 +90%


별은 엄청나게 많았다. 신기했던 게 빛이란 게 거의 없다보니까 일단 30초 노출해서 찍었는데도 엄청 어둡게 나오는 건 물론이고, 채도가 거의 없다. 원본은 거의 흑백사진에 가까운 느낌... 채도를 올리면 위 사진처럼 나오긴 하는데 그래도 채도가 잘 안느껴지잖아? 




앵글을 좀 틀어서 이번에는 빛이 조금이라도 있는 쪽으로 찍은 사진. 사진 상에서는 엄청 밝아보이지만.... 사실 몹시 춥고 어둡고 무서운 상태다. 산 밑 호수 근처라 바람은 씽씽 불고 짐승 울음소리같은 거 계속 들리고 사람은 한명도 없고 근데 사람 지나가면 더 무서울 거 같고.....


어쨌든 이쪽 방향에는 산 너머에 리조트들이랑 스키장이 많아서 빛이 좀 있고 채도도 나온다. 별도 많고... 찍을 때는 무서웠는데 그래도 사진으로 찍어놓은 거 보니 괜찮기도 하고 ㅋㅋ 오리온자리의 소삼태성까지도 저렇게 선명하게 보인다. 별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삼태성이 구분이 잘 안되네



이것은 마치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하늘 같은 느낌... 얼마전에 본 '너의 이름은' 생각난다. 빛이 환한 밤중에 별들은 반짝이고, 여전히 나는 춥고 배고프고 무섭다. 그래서 이리저리 한 30분 정도 찍다가 차를 돌려서 나오는 길에 또 뭔가 그럴싸한 풍경을 봄



오오 문명이다... 문명의 향기... 넘나 그리웠던 것.... 나무가 꼭 무슨 섬 위에 떠 있는 것처럼 그렇게 되어 있다. 빛이 좀 있는 만큼 별의 갯수는 줄었는데... 사진에는 근데 또 별이 어둡게 나와서 잘 안보인다. 실제로는 훨씬 많은데 ㅎㅎ



위치는 요기.... 지도 상의 빨간 점이 내 위치다.



선명한 북두칠성. 그리고 수많은 별들.... 우리집에 있으면 북두칠성조차 희미하게 잘 안보이는데 하늘이 대단하긴 했다. 


추가로 더 찍은 사진들



아무것도 안보인댔지? 진짜 아무것도 안보인다. 별만 보인다.




한쪽에는 오리온이, 다른 쪽에는 북두칠성이... 다른 별자리는 사실 모른다. 그러고 보면 별이 저렇게 많은데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별자리를 만들고 찾았을지 참 신기하네


대략 세시간 정도 운전해 가서 한시간 반 정도 찍고 다시 돌아온 거 같다. 날이 어두워서 날이 추워서 날이 바람불어서 몹시 무서웠다... 인제 혼자는 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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