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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유럽 독일/스위스 여행: 2. 독일 뉘르부르크링

by 에일라거 2017. 5. 11.

* 여행 정보가 궁금하신 분들은 다음 글을 참조하세요: 유럽 독일/스위스 여행 1. 계획 및 정보

 

 

출발이 좋았다. 폭스바겐 폴로를 예약했는데 BMW 420d Xdrive를 받았다. 분명히 무료로 업그레이드해 준다고 했단 말이다 이 장사꾼 놈들아...

 

차량을 반납할 때 도대체 왜 102유로가 (Deposit 포함) 추가로 결제됐는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뭐, 좋은 차 한 번 몰아봤다 치고 다음부터 사인 전에 계약서를 꼼꼼하게 살펴보자고.  근데 또 돌려서 생각해 보면 13만원 더 내고 420d 빌릴래 아니면 그냥 폴로 빌릴래 한다면 (그것도 수동이었다) 그건 그거대로 또 이쪽을 선택했을 거 같기도 하고?

 

푸르지만 어쩐지 황량하다....

 

어쨌든 아무 일정도 없이 시차에 허덕였던 프랑크푸르트에서의 하룻밤을 뒤로 하고 고대했던 뉘르부르크링으로 떠났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뉘르부르크까지는 대략 170km 정도의 거리로, 구글 네비로 쳐 보니 2시간 정도 걸린다고 나온다. 예전에 여행 다니려면 현지에서 지도 받아서 다녔는데 구글 맵 하나만 있으면 뭐 다 OK다. 옛날에 어떻게 다녔나 몰라

 

독일의 고속도로(아우토반)는 통행료가 없어서 별도의 톨게이트도 없다. 마치 우리나라 메인 국도들 타는 것마냥 그냥 IC 하나 지났나 싶으면 그냥 아우토반이다. 또 한번 차가 바뀐 게 잘됐다고 생각해 보는 건 이 아우토반에서 원없이 한 번 달려봤다는 거? 시속 200km 까지는 별 느낌도 없다. 내 차였으면 안정성으로 보나 소리로 보나 이륙하기 직전이었을 텐데...

 

240km/h까지 냈었는데, 240km/h 정도 되면 어마어마하게 슝슝 지나갈 거 같지만 사실 적응되면 아 기름아까워... 하는 생각만 엄청 든다. 기름 없어지는 게 눈에 막 보여 ㅎㄷㄷ 대신에 이러다가 다시 100km/h 제한속도 구간 들어가면 진짜 기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지금 이 아이가 달리고 싶어하는데! 어!

 

 

뉘르부르크에, 그리고 뉘르부르크링에 가까워 갈수록 슬슬 누가봐도 서킷 들어갈 것처럼 생긴 차들이 많아진다. 저 차도 얼핏 보면 잘 모르지만 안에 롤케이지가 다 설치돼 있었다. 유럽에는 썬팅을 짙게 안하더라고. 차 안이 다 보이데?

 

 

중간중간에 슈퍼카들도 많고 해서 눈 팔려가면서 슬슬 오니 뉘르에 뙇!

 

...하고 도착하긴 했는데, 촉이란 게 참 신기한 것이 오자마자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직감했다. 암만 봐도 여기가 아닌데... RingTaxi 홈페이지랑 구글맵 등등 총동원해서 어찌어찌 찾아보니 역시나 여기가 아니었어

 

슬픈 예감은 빗나간 적이 없고

 

내가 갔던 곳은 Nurburgring GP였다. 네비를 끄고 하늘에서 본 지도 모양으로 보니까 알겠더라고... 그리고 오늘의 목적지는 지도 저 위쪽 BMW Ringtaxi. 그렇게 치면 죽어도 안 나오니까, 혹시 갈 분들은 지도를 확대해서 Devil's Diner를 찍고 가면 나옵니다. 먼저 Nurburgring을 찾고, 그 다음 확대해서 Devil's Diner. 뭐 다 귀찮으면 아래 그림의 주소로 찾아가면 됩니다.

 

링크: https://goo.gl/maps/w4YE2SN9tL72

 

 

가는 길에 이런 Nurburg 마을을 지나면서 고성이라든지 뭐 그런 몇몇 볼거리가 있는 거 같지만 여기를 찾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저것에 그다지 관심도 없고 차에서 내리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대로 지나쳐서 고고

 

누가 유럽인들이 작고 경제적인 차를 좋아한댔냐

 

도착해서 차를 주차장에 세우고 슬슬 걸어오는데, 간지 핵폭풍이다.... 클래식카가 저거 한대만 있는 게 아니었다. 엄청 많다. 주로 나이드신 분들이 소유하고 몰고 다니는데 진짜 백발에 선글라스 딱 끼고 와이프 옆에 앉히고 다니는데 엄청 멋있음.... 저렇게 늙고 싶다. 물론 클래식카만 있는 건 아니다. 포르쉐 우습게 돌아다닌다. 서킷은 서킷이다.

 

 

드디어 도착한 BMW RingTaxi 건물. 그나저나... 에잉? 아니 저렇게 쪼그만 건물이었는지 가서 알았다. 들어가면 더 웃긴다. 바닥이 보도블록이야 ㅋㅋㅋㅋㅋㅋㅋ 우리나라로 치면 천막 쳐 놓고 장사하는 꼴이다. 그래 뭐 타기만 하면 됐지. 사진 왼쪽의 BMW M3가 내가 신청한 RingTaxi로, 전문 드라이버가 날 태우고 서킷을 한바퀴 돈다. 1~3인 한바퀴 225유로. 예약은 여기에서 하면 된다: RentRaceCar

 

메일을 보내면 친절하게 답해준다. 사전예약금 같은 것도 없어서 제대로 되고 있는 건가 뭔가 미심쩍지만, 착한 사람들이니 걱정하지 말자.... 뉘르부르크링의 문제는 그게 아니다.

 

Track Closed

 

여긴 돈만 내면 개나 소나 다 들어갈 수 있다 보니까, 오늘 같은 일요일은 사고가 엄청 난다 진짜. 보니까 웬만한 사고로는 트랙을 닫지는 않는데, 사고가 엄청 컸나봐. 11시 30분에 택싱을 예약했는데, 지금 전광판의 시계가 11:51을 가리키고 있지?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거의 한시가 다 돼서야 트랙이 풀려서 한시쯤에 서킷에 들어갈 수가 있었다. 진짜 처음에야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렸지만 나중엔 슬슬 짜증나고... 

 

Devil's Diner

 

그래서 이걸 먹을 수 밖에 없었다. 아니 계속 할일도 없이 기다릴 순 없잖아... 서킷 주행하다 보면 아무래도 몸이 이리저리 쏠리니까 잘못하면 토할까봐 끝나고 먹고 갈랬는데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 서킷 닫히고 사람들도 겁내 많아져서 간신히 자리잡음

 

 

마침내 트랙이 풀리고,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서킷에 입장한다. 와 서킷 처음이야.... 근데 진짜 레이싱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보던 거랑 진짜 완벽하게 똑같애.... 게임은 위대했다. 게맛살이 위대한 것처럼. "오 이거 진짜 게맛살 맛이야!" "게니까..."

 

 

난 처음에는 꽤 괜찮을 줄 알았는데, 와 이건 뭐 횡가속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첫코너부터 멀미가 살짝....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내장이 뱃속에서 쏠리는 느낌이다. 진짜 깜짝 놀랬어 아니 M3로 이정도야? 그럼 내가 사이버에서 몰았던 페라리 458 GT2는 대체 어떤 거야? 이런 횡가속도로 2시간씩 레이스를 한다는게 진짜 새삼 존경스럽다. F1 레이스 하나가 끝나면 3~4kg씩 빠진다는데 헛소리가 아니었나봐...

 

위의 코너는 사실 첫 코너는 아니고, 이 코너가 바로 뉘르에서 사망자가 제일 많았다는 그 코너다. 사망자의 이름을 벽이나 도로에 써 놓는다고 하네. 그나저나 게임에서 봤던 거랑 진짜 똑같애. 게맛살 존맛...

 

 

오오... 이 코너도 실제로 어떨지 너무 궁금했는데 실제로 이렇게 덜컹 하면서 왼쪽으로 쏠린다. 꿀잼

 

 

아니 트랙 열린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사고가 났다. 나 진짜 트랙 열리자마자 거의 바로 들어갔는데 벌써 두대나 저러고 서 있다. 역시 차는 아무나 하는 취미는 아닌 거 같아. 서킷에서 사고나면 보험도 안될텐데... 같은 현실적인 생각들이 문득 스쳐갔다.

 

 

그렇게도 많이 봤던 (사이버에서) 그 골인지점. "방송보는 것 같다" 라는 느낌이 뭔지 알 수 있었다. 진짜 방송보는 거 같다. 내가 이걸 실제로 보다니!! 그리고 앞에 떼지어 달려가는 차들

 

 

다 하고 나오는데 왠지 다리가 풀리는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동양인은 일본인 몇명이랑 우리밖에 없었는데, 역시 한국인이 많이 찾는 코스는 아닐 것이 여기는 오직 이거 하러 오는 거라서 ㅋㅋ 별도로 볼 게 없다.

 

 

그런데 희안하지, 독일인들은 이걸 본다. 마치 한강공원에서 도시락 까먹고 치킨 시켜먹고 놀듯이, 여기 사람들은 트랙 옆에 앉아서 맥주도 마시고 소세지도 먹고 사진도 찍으면서 논다. 사실 이 도시가 내 생각엔 그다지 접근성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볼 거라고는 이거밖에 없는데도 와서 보고 있다는 게 참 신기했다. 독일인들은 스스로 독일을 "자동차의 나라" 라고 한다는데, 이런 자동차에 대한 관심 자체가 여러 형태의 문화로써 많이 배어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세상 꿀잼 반대차선 트래픽잼

 

이제 마치고 슬슬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데 아니 이게 뭐야.... ㅋㅋㅋㅋㅋㅋㅋ 독일 어느 도로에서도 이렇게 밀리는 건 보지 못했었다. 내가 올 때는 아침이라서 이렇지 않고 그냥 뻥 뚫려 있었는데, 와 이건 뭐...ㅋㅋㅋ 오후에 왔으면 클날뻔 했어 

 

쭉 지나가는데 얼추 봐도 3km는 그냥 서 있었다. 이 차들 때문에 나가는 교차로에서 나도 좀 밀리고 ㅎㄷㄷ

 

 

그렇게 뉘르부르크링을 빠져나와서, 다음 목적지인 프랑스 콜마르로 향했다. 뉘르 안녕~~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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