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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 레이싱

전기자동차의 시대?

by 에일라거 2017. 10. 9.


전기자동차..뿐만 아니라 마치 곧 화석연료의 종말을 맞이할 것 같은 분위기라 진짜로 그런가? 하고 간단히 한 번 계산해봤다. 전기자동차가 현재의 모든 승용차량을 대체할 수 있을지....



에너지 밀도부터 시작했다. 먼저 가솔린과 리튬이온전지의 에너지 밀도는 위와 같다. 리튬이온전지의 경우 전극방식에 따라 에너지밀도가 다양한데, LMO 타입의 전지라고 가정하고 계산해봤다. ( 참고: Types of Lithium Ion Battery ) 일단 에너지밀도에서는 가솔린이 리튬이온전지에 비해 43배 정도 앞선다. 에너지밀도는 단위에서 보듯이 단위질량 당 얼마나 에너지를 낼 수 있느냐는 지표다.


다음으로 실제 차량에 주유를 했을 때 어느 정도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지를 계산했다.



승용차 기준으로, 연료탱크 크기가 60 L라고 한다. 그러면 총 들어오는 에너지가 계산되고, 여기에서 엔진효율을 고려했을 때 실제로 '사용 가능한' 에너지가 계산된다. (Energy output)



이 때, 동일한 차량이 전동화되어 EV가 되었다고 해 보자. 그러면 가솔린 차량과 동일한 항속거리를 가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는 가솔린 차량에서 필요한 에너지와 같다. 이 에너지를 마련하기 위해 차량에 실제로 넣어줘야 하는 에너지는, 모터의 효율을 고려하면 필요한 에너지보다 '조금 더' 넣어줘야 한다. 모터의 효율이 100%가 아니기 때문이다. 


모터의 효율 95%는 실제보다는 조금 과장되어 있으나, 회생제동 등으로 실제 항속거리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저렇게 잡았다. 그러나 가솔린 차량과 다르게 히터 등 모든 편의장치를 열원 없이 전적으로 배터리에 의존하므로 그런 요인들을 가감하면 모터 효율을 약간 높게 잡는 정도로 계산할 경우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이번엔 저 에너지를 얻기 위해 얼마만큼의 배터리를 실어야 하는가? 로 가 보자. 그러면 앞의 에너지밀도를 다시 끌어와야 한다.



총 필요한 에너지량은 정해져 있고, 에너지량을 밀도로 나누면 리튬이온전지의 무게가 나온다. 리튬이온전지 '셀'의 무게만 대략 520 kg 정도가 필요하다. 그러면 저 중에 실제로 리튬의 질량은 얼마나 될까를 알기 위해 자료를 뒤져봤다.


출처: Argonne National Laboratory (http://greet.es.anl.gov/files/lib-lca)


시카고 대학의 ANL 이라는 연구소에서 썼던 리포트의 자료다. LMO 타입 기준으로, 지금 나는 화석연료없는 세상에서의 자동차를 보고 있으니까 EV를 참고하겠다. 이 중 리튬이 들어간 곳은 양극과 음극으로 LiMn2O4 / LiPF6 두가지이며, 각각 셀 내 질량 비율은 33%, 1.8 % 인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전극 자체는 리튬을 포함한 망간, 산소 등이 함께 엉켜 있어서, 이들간의 질량비도 계산하여 곱해줘야 실제로 리튬이 배터리 전체 질량의 얼마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이 때 리튬이 각 전극 질량의 얼마나 차지하고 있는지는 주기율표의 표준원자량을 참조하여 계산했다.



리튬이온전지에서 실제로 리튬이 차지하는 질량의 비율을 알았으니까, 가솔린 차량과 같은 항속거리를 가지는 전기자동차 한대에 들어가는 리튬의 양도 계산할 수 있다. 전기자동차 하나에 들어가는 리튬의 양은 대략 7 kg 정도가 된다. 


이제 원자니 뭐니 하는 데서 좀 벗어나서 좀 큰 세계에서 계산을 마저 해 보면... 예전부터 들었던 의문은 리튬은 희토류 (rare earth) 라고 항상 얘기한단 말이야. 그러면 대당 7 kg 의 리튬이 들어가는 전기자동차를, 지구상의 리튬으로 몇 대나 만들 수 있는 걸까? 그래서 또 뒤져봤다.


전 세계 리튬 매장량 (reserves) (단위: 톤, 출처: USGS, 2014년)


위는 전 세계의 리튬 매장량을 나타낸 표이다. 단위는 톤으로, 여기서 매장량(reserves)란 자원량 (resources) 랑은 다르다. 현재의 기술로 이익을 내는 것이 가능한 매장량을 뜻하며, 광물 속 포함량이 너무 적은 등의 이유로 수익성이 없는 리튬의 양은 포함되지 않는다.



매장량을 알았으니, 실제로 몇 대나 만들 수 있는지도 알 수 있다. 대략 19.1억대. 엄청 많다.... 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전 세계 연간 차량 판매량을 한 번 알아보자.


출처: https://www.statista.com/statistics/200002/international-car-sales-since-1990/


2017년은 아마 예측치일 거고, 2016년 기준으로 보자. 7천7백만대 정도 팔아치웠다. 그러면 결국 19.1억대를 저 수치로 나누면, 24.8년 정도 생산 및 판매할 수 있는 것으로 나온다.


이러한 결론은 어디까지나 '현재의 기술력' 이라는 가정 하의 이야기고 (석유도 70년대부터 계속 40년 남았다고 했었다) 사실 채산성 향상, 연구개발을 통한 에너지밀도 향상 등에 힘입어 어느 정도 증가할 수는 있을 거 같긴 하다. 하지만 결국 전기에너지로의 이행은 저장장치를 반드시 필요로 하고, 그러면 수요는 지금보다 폭발적으로 늘고, 저장장치로써 리튬이 현재 발견된 원소 중에 환원전위나 에너지밀도 등을 고려했을 때 그나마 가장 효율적인 전지라서 사용하고 있는 건데 그 기반이 이렇게 불안해서야.... 지구에 더이상 없다는데야 뭐 어떻게 할 수가 없잖아?


결국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동력원은, 그게 다 떨어질 때까지는 없어지지 않을 거라는 게 내 생각이다. Whine noise 심한 전기자동차보다는 그냥 휴대폰이나 좀 더 오래쓰고 노트북이나 12시간씩 돌릴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하는게 소박한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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