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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피타고라스 음률에서 평균율까지

by 에일라거 2014. 4. 4.

이 글에서는 피타고라스 음률이 무엇이며 거기에서 5도권이 어떻게 발전됐는지,

그리고 현대음악에서 피타고라스 음률과 같은 순정률이 버려지고 왜 평균율을 사용하는지 까지를 설명하려고 한다.



잘 튜닝된 기타에서 C 코드를 잡고 드르릉~ 하고 튕겼을 때 나오는 음에서는, 자연스러운 느낌이 난다. 그렇게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찌됐건 자연스러운" 음들을 화음이라고 한다. 하지만 튜닝이 조금만 틀어져도 C건 뭐건 코드를 잡고 튕기면 엉망진창인 소리가 난다. 튜닝이 되지 않은 기타에서 나오는 음들은, 서로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음이 서로 어울린다"는 건 대체 뭔 소릴까? 여기서 순정률이 나온다.


http://ko.wikipedia.org/wiki/%EC%88%9C%EC%A0%95%EB%A5%A0

위키피디아: 순정률


순정률이란, 각 음 사이의 비가 유리수의 비율을 갖는 음률이다. ... 이렇게 작은 정수들의 비를 갖는 두 음은 그렇지 않은 두 음보다 협화음으로 들린다.


위키에서 나온 순정률의 정의다. 소리란 일정한 주파수를 갖는 파동이다. 그래서 "각 음 사이의 비"라는 건 "각 음 사이의 주파수의 비" 라는 뜻이다. 협화음으로 들린다는 건, 쉬운 말로 그냥 사람이 느끼기에 자연스럽고 듣기 좋은 소리로 들린다는 뜻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사람은 두 음 (혹은 여러 음) 사이의 비가 작은 유리수의 비를 가질 때 듣기 좋다고 느낀다, 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럼 어떤 비율이 가장 듣기 좋게 들릴까? 듣기 좋다라고 표현하면 개인마다 호불호가 있을 테니, 어떤 음이 가장 자연스럽게 들릴까? 정도로 생각해보면, 가장 자연스럽게 들리는 두 음은 세 종류가 있다. 그게 완전 화음이다. 완전1도, 완전4도, 완전5도 (Perfect unison, Perfect fourth, Perfect fifth). 완전1도는 같은 두 음이라는 뜻이고 완전 4도와 완전 5도는 기준이 되는 음과의 주파수 비가 각각 3:4, 2:3 인 음이다.[1] 이걸 최초에 발견했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누굴까?


그게 피타고라스 (라고 생각된)다.[2] 그래서 그의 이름을 따서 순정률은 '피타고라스 음률' 이라고도 한다. 다음의 링크를 참조하자.


http://ko.wikipedia.org/wiki/%ED%94%BC%ED%83%80%EA%B3%A0%EB%9D%BC%EC%8A%A4_%EC%9D%8C%EB%A5%A0

위키피디아: 피타고라스 음률


피타고라스 음률은 음정의 주파수가 3:2 비율에 기반해 있는 음률이다. 피타고라스가 발견했다고 여겨지며, 가장 오래된 반음계의 조율법이다.


피타고라스가 완전5도에 기반한 음률(음계)를 만들었다(고 생각된다). 어떤 한 음정을 정해놓고, 그 음정에서 계속 완전5도가 되는 음을 만들어 나간다. 그렇게 되면, 최종적으로 12개의 음이 완성되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아래에서 설명한다.) 이 12개의 음이 완전화음에서 출발한 하나의 음계가 된다. 이 12개의 음 사이사이의 간격이 현재의 개념으로 치면 '반음'인지라 이것을 가장 오래된 반음계의 조율법이라고 한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든다는 걸까? 


...여기에서 5도권의 개념이 출발한다.


최초의 5도권 Diagram의 출현: Nikolai Diletskii, "Grammatika", 1679


사실 피타고라스는 5도권이랑 아무 상관도 없었지만 어찌됐건 아이디어의 싹이 거기서 출발해서, 위 그림의 니콜라이 다일렛스키? 저 아저씨가 쓴 "Grammatika" 라는 논문에서 최초로 5도권의 diagram을 선보이게 된다. (Wiki:Circle of Fifths - http://en.wikipedia.org/wiki/Circle_of_fifths) 논문 자체는 당시의 예배음악에서 쓰일 곡을 작곡하는 방식에 대한 것이었는데, 거기서 위 다이어그램을 작곡가를 위한 툴로 소개했다고 한다.


그럼 5도권이란 뭘까? 5도권이란 정말 간단한 개념이다. 5도라는 건 완전5도를 뜻하고 "권"이라는 건 "원(circle)"을 뜻한다. 풀어 보면 "완전5도로 만든 원"이라는 뜻이다. 왜 원을 만드는고 하면, 예를 들어 C에서부터 완전5도음을 쭉 구성해 나간다고 해 보자.


C - G - D - A - E - B - Gb - Db - Ab - Eb - Bb - F - C - ...


그러면 위처럼 12개의 음이 계속 반복된다. (위에서 피타고라스 음계를 쌓는 방법으로 하면 최종적으로 12개의 음이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위에 C가 양 끝에 나오니까, 이걸 쭉 당겨서 맨 앞의 C 음과 일치시키는 거다. 그러면 아래의 그림이 나온다.



완전5도로 구성된 음들인데, 이렇게 원형으로 나온다. 그래서 5도권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5도권은 기준이 되는 음에서 왼쪽으로는 완전4도, 오른쪽으로는 완전5도의 음이 되어, 모든 음계에 대한 Tonic(1도), Subdominant(4도), Dominant(5도) 음을 알기 쉽고, 각 조에 샵(#)이나 플랫(b)이 몇개나 붙었는지도 쉽게 알 수 있는데다, 이를 이용한 코드 진행은 '자연스럽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작곡에서도 많이 쓰인다. [3]


5도권의 역사와 활용은 짤막하게 이쯤 하고 다시 피타고라스 음계로 돌아와 보면, 아까 피타고라스 음계를 어떻게 만든다는 걸까? 라는 질문을 했었다. 어떤 기준이 되는 음(여기서는 C로 하자) 에서 완전5도씩 쌓아가면서 만들면 되는데, 이때 완전5도와의 주파수의 비는 2:3 이었고, 그래서 C의 주파수가 1이라고 하면 그의 완전5도인 G의 주파수가 1.5(3/2) 가 된다. 그리고 만들다가 G->D로 갈때처럼 1.5를 곱했을 경우 다음 옥타브로 넘어가게 되면, 1.5/2를 해서 주파수를 떨어뜨린다. 즉 0.75 (3/4)를 곱해주면 된다. 그림으로 보자.


C의 주파수를 1이라고 하면, 

  ① G의 주파수는 3/2가 되고,

  ② 거기에 또 3/2를 곱하면 (9/4) D가 되는데,

  ③ 이때 한 옥타브가 넘어가게 되므로 거기에 반(1/2) 해서 옥타브를 떨어뜨려준다.


위와 같은 식으로 한 옥타브 사이의 모든 음의 주파수 비를 채우면 된다. 자,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쓰인 숫자들이 거지같지만 자세히 살펴보자. 처음에 C에서 출발했다. G는 3/2가 되고 D는 9/8 ... 이런 식으로 쭉 나간다. 그러다가 한바퀴를 돌아서 다시 C로 돌아왔는데, 어라. 음이 다르다. 한바퀴를 돌았으면 음이 같아야 하는데, 531441/524288로 이는 약 1.0136 정도이다. 원래는 열두개의 음으로 끝나야 하는 것이 미세한 차이로 계속해서 음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아까 피타고라스 음률로 음계를 만들었을 때 최종적으로 12개의 음이 만들어지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그럼 어떡하지... 계속 음을 만들까? 다시 돌아올 때까지? 


그렇지 않다. 이렇게 한바퀴를 돌았을 때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음을 12개로 두고 다른 방법을 고안했다. 어찌됐건 한 옥타브는 12개의 음으로 나눠지고, 한 옥타브간의 주파수의 차이는 2배라는 건 자명하다. 그래서, 이렇게 완전5도로 음을 쌓는 대신에 그냥 '반음'의 거리를 평균적으로 나눠버렸다. 평균률의 등장이다.



'한 옥타브'의 주파수의 차이는 2배라고 했다. 그러면 한 옥타브는 12음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최소단위인 반음의 주파수의 차이는 그것을 12등분한 2/12 배 인가? 그렇지 않다. 자연계의 현상은 대부분 지수함수로 이루어져 있다. 소리의 단위인 dB도 데시벨이 10 증가할 때마다 소리의 크기가 10배로 커진다. 10 dB와 30 dB의 차이는 100배이다. 수소이온의 농도를 나타내는 pH도 같은 방식이다. pH가 0.1 차이나면 수소이온의 농도는 10배씩 차이가 난다.


조금 딴 데로 샜는데, 어찌됐건 소리의 비도 같은 방식이다. 그래서 Db은 C보다 2^(1/12) 배 만큼 높은 주파수를 가지고, 거기에 계속해서 곱해나가면 된다. 그래서 위 그림과 같은 비율의 주파수를 가진다. 반음마다 계속 2^(1/12) 을 곱해나가서 결국 한옥타브가 높아지면 주파수가 2배가 된다. 이렇게 음을 평균적으로 나눴다고 해서 이를 평균율이라고 한다. 


근데 이렇게 주파수의 비율을 승수로 나타내는 건 표기도 복잡하고 기본적으로 곱셈을 해 나가야 하는 구조라서 이해도 어렵게 된다. 그래서 음의 간격에도 dB와 비슷한 단위를 만들었다. 이를 cent라고 한다. "반음 간의 음정의 차이"를 100 cent로 정의한다. 그래서 한 옥타브는 1200 cent 가 된다. 이 정의에 따라 cent와 주파수와의 관계식은 다음과 같이 된다.



위 식에 따라 몇 개만 계산해 보자. 


1) 한 옥타브는 주파수가 두배 차이이므로

2) 반음은 주파수 차이가 2^(1/12) 이므로


이 식은 수학이 익숙하지 않으면 그냥 패스해도 된다. 어쨌든 반음 차이는 100 cent, 온음 차이는 200 cent ... 라는 식으로만 알고 있으면 된다. cent 의 개념을 소개했으니, 아까 피타고라스 음계에서 한바퀴 돌았을 때 얼마나 음이 안 맞는지를 식을 통해 살펴보면



약 25 cent. 1/8음 정도가 된다. 귀가 좋은 사람이라면 구분해낼 수 있다. 게다가 피타고라스 음계는 음과 음 사이의 간격도 일정하지가 않다. 아래에 반음 간의 음정 차이를 C를 기준으로 cent로 표기한 표를 보자.



맙소사... 피타고라스 음계는 난리법석이다. 대략 114 cent와 90 cent 의 차이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면 된다. C-Db 와의 간격은 114 cent, Db-D의 간격은 90 cent... 하는 식으로. 이렇게 음 간의 간격이 서로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조옮김을 했을 경우 조율을 몽땅 다시 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조가 자유자재로 왔다갔다 하는 현대음악 (심지어 한 곡 내에서 전조도 된다!) 에는 사용하기가 (엄청나게) 불편하기 때문에 이런 순정률은 사실상 더이상은 사용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그러면 원래 피타고라스 음계에서 완전5도란 주파수의 비가 2:3인 관계에 있는 음을 뜻했다. 그러면 위처럼 음정 간격이 다른 평균율에서는 완전5도의 주파수의 비가... 어떻게 되는 거지?


평균율에서 완전5도의 음정 차이는 위 표에서 보다시피 700 cent이다. 이를 주파수의 비로 환산하면 약 1.4983 배로 거의 1.5배에 가깝게 된다. 위 표에서 봐도 702 cent와 700 cent로 차이가 거의 없어서, 인간이 느끼기엔 차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라고 한다. 그래서 평균율은 일종의 음악적 편의성을 위한 '타협점'이라고 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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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왜 완전화음이라고 부르는 지는 이유를 찾지 못했다. 다만 화음의 개념에서 볼때, 다른 음들은 장/단이 있는 반면에 perfect note들은 그런 게 없다. 그냥 완전음이다. 예를 들어 3도의 음은 장3도/단3도/감3도/증3도 이렇게 있는 반면 5도의 음은 완전5도/감5도/증5도 이렇게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2] 서양 문명의 원천이 그리스라면 동양 문명의 원천은 중국이다. 중국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음을 만드는 법이 존재했다. 다만 서양과 동양 사이의 음들의 발견의 늦고 빠름은 분명하지 않다. 동양에서는 피타고라스 음률로 음을 만드는 방식을 '삼분손익법'이라고 한다. 다음의 링크를 참조하자: http://www.hynews.ac.kr/news/articleView.html?idxno=6679


[3] 코드진행과 5도권: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ericprydz&logNo=14017287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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