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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리뷰

써큘레이터 사용 후기 : 진짜로 많이 시끄러울까? (vs 선풍기)

by 에일라거 2020. 9. 23.

써큘레이터가 시장에 나온지도 한참 됐다. 처음에 나왔을 때 뭐지 이 조그만 건? 이러고 했었는데 실내 공기를 순환시켜준다는 데 혹해서 샀다가, 개인적으로는 현재 에어컨이랑 조합이 좋아서 잘 쓰고 있는데 아무래도 좀 시끄러운 거야.

 

그래서 비교해봤다! 선풍기와 써큘레이터, 써큘레이터와 선풍기, 정말로 "많이" 시끄러울까??

 

오늘 리뷰의 비교를 위해서 앱을 하나 준비했다. 

 

무려 보쉬에서 개발한 소음/진동 측정 어플

 

보쉬 하면 신뢰 아니겠어? 일단 깔아보자.

 

오우... 측정장비에서 쓰는 어플 같아 토할 거 같애

실행되는 모습이 굉장히 일하러 가야 할 거 같은 기분이지만, 기분탓이겠거니 하고 넘기자. 실제 실행이 되면...

 

iNVH 어플 실행 화면

이런 화면이 뜬다. 기본적으로 Raw Data 를 wav 파일로 저장할 수가 있고, 지금 소음이 몇 데시벨 (dB) 인지 측정해주는 화면도 있다. 아주, 완전 좋아!

 

 

선풍기와 써큘레이터

 

오늘을 위해 선풍기와 써큘레이터를 준비했다. 각각 스펙은 다음과 같다.

 

항목 써큘레이터 선풍기
제조사 보네이도 (Vornado) 유니맥스
모델명 533-KR2 UMF-15412N
바람세기 3단 조절 3단 조절
정격 출력 55W 50W

 

출력에 그다지 뭐 큰 차이가 없죠? 비슷비슷한 성능의 두 기계.

 

비교는 이렇게 진행했다.

 

1. iNVH 앱으로 소음 데시벨을 측정 (평균 / 최대 / 최소)

2. 같은 앱으로 실제 소리를 녹음

  - 녹음된 소리의 크기를 비교

  - 녹음된 소리의 주파수를 비교

 

측정 셋업 

 선풍기나 써큘레이터 정면에서 측정을 하면, 바람 자체가 마이크로 막 들어가면서 사람 귀에 들리는 소리가 아니라 이상한 우오아ㅏ아아아아 이런 바람이 녹음이 돼서, 각 기계 옆에다가 놓고 녹음 및 측정하는 방식.

 

써큘레이터는 기계가 작기 때문에, 측정할 때는 밑에 의자를 하나 놓고 선풍기 팬과 같은 위치로 맞췄다. 거리는 약 70c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측정했다.

 

평균 소음

앱으로 측정한 평균 소음은 아래와 같다.

소음도 (데시벨, dB)

숫자들이 좀 정신없이 많은데, Lmax 만 보자. 어... 보니까 써큘레이터 3단이 좀 더 시끄럽다고 하긴 하는데...

 

뭐 별 차이 없는데?

 

근데 이게 말이 안되거든... 내가 귀로 들으면 써큘레이터가 훨씬 더 시끄럽단 말이예요. 그래서 이번에는 소리를 녹음해서, 그 녹음된 데이터를 가지고 파이썬 동원해서 분석해보기로 했다.

 

녹음된 데이터 분석

녹음된 데이터 분석은 위에서 말했듯이 두가지로 했다. 하나는 소리의 절대 크기 분석이고, 또 하나는 주파수 분석이다. 

 

실제로 녹음된 파형

실제 녹음된 파형은 위와 같다. 사실 이거보다 굉장히 작게 녹음되기 때문에 (휴대폰 마이크 감도 문제라서 어쩔 수 없음) 프로그램에서 일괄적으로 소리를 키우고, 이를 저장해서 파이썬에서 데이터를 불러온 후에 진행했다.

 

 

소음의 크기

소음의 상대적인 크기 비교

위 그림은 boxplot이다. boxplot은 데이터를 먼저 한 번 훑어볼 때 많이 쓰는데, 잘 몰라도 상관 없다. 대충 보기에 주식 캔들차트같지 않은가? 그냥 가운데 주황색 선이 평균 (사실은 중앙값을 나타낸다) 이라고 생각하자. 그리고 범위가 대충 아래에서 위까지 정도라고 생각하자.

 

어떻게 했냐면, 써큘레이터를 1단으로 틀었을 때 소음을 1이라고 기준을 잡자. 그랬을 때 나머지가 어떻게 되는지를 상대적으로 나타낸 그래프다. 앱 상에서 데시벨로 측정했을 때 그다지 차이가 없었는데, 이 그래프 상에서는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대충 봤을 때 써큘레이터를 3단으로 튼 것이 선풍기를 3단으로 튼 것보다 한 2배 정도 시끄럽다.

 

사람이 (내가) 느끼기에는 이 그래프가 좀 더 정확한 것 같다. 선풍기 3단보다 써큘레이터 3단이 "겁나" 시끄러웠거든... 그리고 저 그래프처럼, 써큘레이터 1단은 선풍기 1단보다도 좀 더 조용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보는 게 맞다고 가정을 하고, 다음 스텝으로!

 

주파수 분석

주파수 분석도 파이썬에 다 모듈이 있어서 코드 몇줄만 치면 그냥 나온다. numpy 라이브러리의 fft 모듈을 활용했다. FFT (Fast Fourier Transform) 이 궁금하면... 위키를 찾아보자.

 

 

 

고속 푸리에 변환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FFT는 여기로 연결됩니다. 다른 뜻에 대해서는 FFT (동음이의) 문서를 참조하십시오. 고속 푸리에 변환(高速 푸리에 變換, 영어: fast Fourier transform, FFT, 문화어: 고�

ko.wikipedia.org

아 뭔소리야... 모르겠고 일단 귀찮으면 그냥 아래 결과를 한번 보자.

 

* 선풍기 소음의 주파수 분석

사람의 가청 주파수가 대충 20~20000 Hz라고 하니까, 그 영역대에서 각 주파수별 성분이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내는 그래프다. 세로축의 단위는 일단 무시하자. (상대비교만 하자) 가로축 단위는 주파수 (Hz) 이다.

 

* 써큘레이터 소음의 주파수 분석

오호... 일단 크기가 훨씬 크긴 한데, 자세히 살펴보면, 한 1000 Hz 대역까지 소음이 엄청 크고, 그거보다 고주파 대역은 선풍기랑 크게 차이는 없다. (조금 더 시끄럽긴 하다)

 

그래서 써큘레이터 켜보면 정말로 거슬리는게, "우우우웅" 하는 저음 (약간 울리는 소리) 가 많이 난다. 2단까지는 좀 들어줄 만 한데, 3단을 틀어놓으면 그 저주파 때문에 짜증날 지경. 그래프상에서 3단끼리 비교했을 때는 선풍기보다 저주파 부분이 3배 이상 시끄럽다. 구매할 때 꼭 고려해야 할 부분인 듯.

 

그러면 이번엔 단수별로 볼까?

 

빨간 게 선풍기 / 파란 게 써큘레이터다.

 

* 1단

1단은 앞서 말했듯이 써큘레이터가 선풍기보다 조용하다. 하지만 써큘레이터의 목적을 봤을 때 (공기 순환 : 바람을 직빵으로 쐬고 싶은 게 아니다), 1단으로 틀어 두면 크게 효과가 없다. 

 

* 2단

써큘레이터의 저주파 소음이 크게 증가했다. 대략 1000 Hz 대역까지가 많이 증가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들어줄 만 하다. 잘 때 틀어놓고 자도 크게 신경쓰이지는 않는 정도. 선풍기의 경우 5000~10000Hz 대역의 소음이 더 큰데, 고주파성 음이 약간 거슬리는 수준이다. 다만 선풍기는 직빵으로 바람을 쐬는 용도인데, 그럴 경우 내 선풍기는 사실 1단으로도 충분하다. 위 그래프에서 볼 수 있겠지만 1단은 뭐... 소음이 거의 없다. 좀 과장하면 안틀어둔 거나 별 차이 없는 상태.

 

* 3단

문제의 3단.... ㅋㅋㅋㅋ 써큘레이터가 모든 영역에서 선풍기보다 시끄럽다. 심지어 15000 Hz 정도의 고주파 영역도 튀어오르는데, 이거는 아마 모터가 돌아가는 (RPM이 꽤 높다) 소리 자체가 튀는 게 아닌가 한다. 근데 그래프에서 보듯이 저주파 영역 소음이 워낙 커서, 틀어 두면 고주파는 솔직히 잘 들리지도 않는다. 이렇게 틀어두면 잠 못잠.

 

다만 3단의 용도는 있다. 에어컨 처음 틀었을 때 강한 바람으로 집 전체에 시원한 공기를 순환시켜주는 용도로 한 30분 정도 틀어두면, 정말 금방 시원해진다. 살랑살랑한 바람을 원할 때는 절대 비추... 소리만으로도 폭풍우 한가운데 있는 거 같은 느낌이 든다.

 


 

이번 리뷰는 기능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소음만 가지고 써큘레이터와 선풍기를 비교해 봤다. 요약하자면!

 

* 써큘레이터는 저주파 영역이 특히 시끄럽다.

* 1단으로 틀어두면 선풍기보다 조용하다.

 

* 써큘레이터 3단은 환기나 에어컨 찬바람 이동용으로 잠깐만 쓰자

* 써큘레이터 1단은 조용하긴 하나, 순환 효과가 거의 없으므로 바람이 쐬고 싶다면 차라리 선풍기를 쓰자

* 잘 때는 선풍기가 낫다 (안죽는다)

* 일상적으로 거실에 있을 때는 써큘레이터 2단으로 벽에 닿게 틀어두면 좋다. (벽을 타고 바람이 살랑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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