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춧돌 : 기둥 밑에 기초로 받쳐놓은 돌
포석 : 앞날을 위하여 미리 손을 써 준비함
그... 그렇다! 어제의 글은 오늘의 글을 위한 포석인 것... ㅋㅋㅋ 이번엔 진짜 디캔터를 써봤다
빈토리오라는 와인 에어레이터를 쓴 지는 벌써 1년이 넘은 거 같다. 사진에 보면 알겠지만 저 속까지 박박 닦을 수 없고 그냥 물로만 씻다보니 와인 색이 안빠져서 저렇게 보라색으로 물들어버렸다.
저걸 쓰다보니까 궁금한거야. 진짜 디캔터라고 하는 건 어떤... 어떨까? 많이 다른가? 그래서 찾아봤더니
요지는 디캔팅은 찌꺼기를 거르기 위한 거고, 에어레이션은 와인을 공기에 닿게 해서 향을 여는 것인 듯 하다. 다만 내가 먹는 와인이 뭐 대체로 2010년대에 만든 와인이라 그다지 찌꺼기 이런거는 걱정할 게 아니기는 한데...
"아파시멘토 (Appassimento)" 라고 겁나 좋아하는 와인이, 아니 왤케 뭐가 찌꺼기가 많지? 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반쯤 건조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다보니 그럴 수 밖에 없단다. 그래서 이번에 한번 이 와인으로 에어레이터 (주댕이)와 디캔터를 비교해보기로 했다.
아파시멘토 와인과 에어레이터와 디캔터. 저 디캔터도 쿠팡 보다가 발견했는데 그냥 만6천원짜리 싸구려(?) 디캔터다. 다만 모양이 예전에 와인앤모어같은 곳에서 본 거랑 비슷해서 이걸로 삼. 싼 물건들의 문제는 기능은 거의 비슷한데 아무래도 마감이 정교하지 못하다는 거... 저기 목 부분에 보면 유리 이가 조금 나갔다. 그래서 가지고 있는 400방 사포로 사포질을 잘 해줬더니 말끔하고 안전해졌음
와인을 까보면, 코르크에 이렇게 침전물이 잔뜩 묻어 있다. 코르크도 촉촉하고 부드럽게 열리는 거 봐서는 병입한지 오래되진 않은 거 같은데 아까 얘기한 것처럼 그냥 이 와인의 특성 자체가 침전물이 많은 듯!
...사실은 이렇게 하는 게 아니라 약간 기울여서 삭 붓던데 뭐 어차피 공기랑 접촉하는 건데 큰 차이 있겠어? 그냥 콸콸 붓자!!
이렇게 한 3분의 1쯤 붓고, 나머지는 주댕이(빈토리오 에어레이터)를 꽂고 먹어보기로
신기하게도 (당연한건가) 저 부분에 침전물이 모두 쌓여서 잔으로는 안 넘어온다. 사실 당연한 게 맞지 중력때문에 저리로 내려가서 갇힌 거니까;; 그래도 쨌든 잘 만든 건 잘 만든거지!!
이게 질감으로 느껴지는 가장 큰 차이. 에어레이터는 침전물이 좀 들어오는 편이다.
또 하나 차이가... 이건 진짜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디캔터에 넣고 따른 쪽이 거품이 조금 더 쫀득(?) 하다고 해야 하나, 잘 없어지지 않는다. 근데 머 와인이 맥주도 아니고 거품 마시자는 건 아니니까 이 부분은 차치하자.
중요한 맛은, 보통 디캔팅을 한 머... 최소 30분 정도는 열어둬라, 1~2시간 정도는 열고 먹어라,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는데, 디캔터와 빈토리오같은 에어레이터의 결정적인 차이가 여기에서 오는 거 같다.
처음에 디캔터에 따라서 먹은 와인도 솔직히 에어레이터랑 비슷한 수준으로 열리는 거 느낌인 데다가,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디캔터 쪽이 풍미가 점점 좋아진다. 에어레이터 쪽은 아무래도 병에 와인이 갇혀있는 상태에서 장치를 지날 때만 산소랑 좀 마주하게 되는데 디캔터는 계속 접촉을 시켜주다 보니까 점점점 풍미가 아주 풍부해지는, 솔직히 먹다보면 취하니까 나중엔 그냥 으아 마셔!! 이렇게 되게 마련인데도 점점 풍미가 좋아지니까 계속 착 감기는 맛이 잘 느껴지는 게 너무 좋았다.
이제는 디캔터 쓸 듯. 유일한 단점은 공간을 너무 많이 차지한다는 거? 찬장에 들어가질 않아....
하 빈토리오 하나 더 사서 쟁여놨는데 어쩌지 팔아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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