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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밸런스드/언밸런스드 전송 방식의 차이

by 에일라거 2013. 10. 21.

사실 나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Direct box는 도대체 왜 쓰는 거며, 밸런스드와 언밸런스드 인풋의 차이는 뭐며.. 이런 거 제대로 몰랐다. 근데 이걸 직접 본 게 아니고, CAN 통신을 들여다 보다가 CAN이 differential 방식으로 통신하며 이게 왜 노이즈에 강한지 알게 됐고, 밸런스드 전송 방식도 보니까 원리가 똑같았다. 아 이래서 쓰는 거구나... 해서 정리 한 번 할 겸 매트랩 시뮬레이션 간단히 하나 해서 글을 쓴다.


일단.. 기타든 뭐든 악기를 퉁 하고 치면 신호가 발생하는데, 그 신호를 임의로 다음과 같이 잡았다.



식으로 써 놓으니까 복잡해 보이는데, 사실은 그냥 다음과 같은 그래프로 표현할 수 있다.



크게 1초 주기를 가지고 (1 Hz) 진동하는 파형이며, 가장 높은 주파수가 25 Hz라서, 사실 사람 귀에 들리진 않는다.

어쨌든 악기의 파형이란 게 대충 이렇게 생겨먹었기 때문에 임의의 신호를 이렇게 잡아 보았다.



위 그림에 보듯이 악기 파형은 단파가 아니라 여러 진동수의 파형이 섞여 있고, 그래서 그 악기 특유의 음색을 낸다.

그래서 이를 흉내내서 위와 같은 다소 복잡한 파형을 만들어 본 것이다.


이제 이렇게 발생한 신호를 전송해야 하는데... 전송 방식엔 밸런스드와 언밸런스드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밸런스드 방식은 (+) / (-) / ground 세 가닥을 사용하고, 언밸런스드 방식은 (+) / ground 두 가닥을 사용한다.


밸런스드 방식이 세가닥을 쓰기 때문에 오른쪽과 같은 잭을 사용하고, 언밸런스드 방식은 두가닥이라 왼쪽과 같은 잭을 사용한다.

언밸런스드 방식은 신호를 한 라인(+)에 보내고, 나머지 한 가닥은 그냥 쉴드로 사용하지만,

밸런스드 방식은 (+)에 신호를 보내고, (-)에 신호를 뒤집어서 전송하고 나머지는 쉴드로 사용한다. 

신호를 뒤집어서 전송한다는 걸 그래프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왼쪽이 언밸런스드, 오른쪽이 밸런스드 시그널이다. 파란 선으로 보듯이, 신호의 위상을 뒤집어서 라인을 하나 더 사용하여 전송한다.

그래서 전송되는 라인을 살펴보면 아래 그림과 같이 나온다.

위쪽이 언밸런스드, 아래쪽이 밸런스드 방식이다. (+) 신호가 흐르는 선을 hot, (-) 신호가 흐르는 선을 cold라고 부른다.

밸런스드 방식에서 전선이 왜 꼬여 있는지는 아래에 다시 설명하겠다.


이제 신호가 라인을 타고 흐르기 시작한다. 근데 신호만 라인을 타는 게 아니고... 노이즈도 같이 라인을 탄다.

위의 시그널이 노이즈를 먹으면 아래 그림과 같은 그래프가 나온다.



신호가 노이즈를 잔뜩 먹어서 많이 망가졌다. 

특히 고주파(...라고 하기엔 주파수가 너무 낮지만 어쨌든;;) 영역대는 노이즈랑 섞여서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게 됐다.


이렇게 라인을 타고 간 신호는, 이 신호를 받아들이는 쪽에서 다시 변환 과정을 거친다.

언밸런스드 시그널은, 시그널이 라인 하나를 이용해서 갔기 때문에 노이즈를 타면 이를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하지만 밸런스드 시그널은 두개의 신호가 갔기 때문에 이를 복원할 수가 있다.

먼저 hot 라인과 cold 라인에 흐르는 신호는 아래와 같다.



위에서 z는 노이즈를 뜻한다. y_out은 원래의 신호이다. 즉, hot 라인에는 원래의 신호에 노이즈가 타서 흐르고,

cold 라인에는 원래의 신호를 반전한 신호에 같은 노이즈가 타서 흐른다. 이걸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 위에서 보이는 그래프이다.

이제 이 두 신호를 복원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y_in은 전선에서 흐르는 신호를 받아들이는 쪽에서 노이즈를 제거한 신호이다. 

위 식과 같이, 신호는 +/- 로 반전돼 있지만 노이즈는 두 라인 모두 똑같이 타기 때문에

hot에서 cold를 빼서 2로 나눠버리면 노이즈는 제거되고 원래의 신호만 남게 된다.


그래서 이때 중요한 것은 hot/cold가 최대한 같은 노이즈를 타게 만드는 것이고, (양쪽 라인의 노이즈가 다르면 신호를 빼도 의미 없다.)

그래서 라인 두 개가 가장 근접하게 붙어 있기 위해 위의 전선 그림과 같이 라인이 꼬여 있게 된다.

음향 뿐 아니라, CAN통신이나 RS485같이 노이즈에 강하고 장거리 통신이 가능한 방식도 모두 이와 비슷한 방식과 와이어를 사용한다.


그럼 여기서 다시 언밸런스드 신호를 보면.. 언밸런스드 신호는 뭐 뺄 게 없다. 라인이 하나라서 노이즈도 한 라인에 타고,

그래서 위에서 말한 것처럼 노이즈를 제거할 방법이 없다. 

이러한 이유로 언밸런스드 방식은 케이블의 길이를 보통 3m 이내로 사용할 것을 권하게 된다.


이제 위와 같이 처리한 신호를 비교해 보면 아래와 같다.



위 그래프는 수신 장치에서 받아들이는 신호(기타앰프, ...)를 그래프로 나타낸 것. 위가 언밸런스드, 아래가 밸런스드 신호이다.

아래쪽의 신호가 노이즈가 완전히 제거되어 본래의 신호와 같아진 것을 알 수 있다.


..노이즈가 완전히 제거?

에이... 그럴리가 ㅋㅋ 


사실 노이즈가 완전히 제거되지는 않는다. 그럴 리가 없잖아!! 두 라인이 아무리 붙어 있어도 노이즈가 조금 달라서, 

단거리일 때는 상관없지만 거리가 멀어지고 노이즈가 계속 유입되면서 두 라인이 타는 노이즈가 달라지는 폭도 커진다. 

그래서 거리가 멀어지면 신호도 점점 죽어간다. 그래도 여전히 언밸런스드 방식에 비하면 노이즈에 엄청 강한 게 사실이다.


그래서 뭐 밸런스드가 좋고 다 좋은데, 사실은 여기도 함정이 하나 있다.

밸런스드 방식이란 게, 애초에 없던 시그널 하나를 뒤집어서 만들어내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만들어진 시그널이 원래의 시그널과 완전히 일치해야만 효과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조금이라도 latency가 생겼다든지, 신호 손실이 생겼다든지 하면, 

짧은 거리를 송신하는 데는 차라리 노이즈를 좀 타도 언밸런스드 방식이 낫다는 게 중론인 것 같다.


이를 직접 한 번 보자는 의미로, (-) 신호에 latency가 생긴 경우를 시뮬레이션 해 봤다.



위 그래프에서, 왼쪽은 latency 없이 완벽하게 뒤집힌 상태에서 노이즈를 탄 것이고,

오른쪽은 cold 신호가 30 ms의 latency를 가지고 뒤집힌 상태에서 노이즈를 탄 것이다.

잘 보면 오른쪽 그래프는 약간씩 어긋나 있는 걸 볼 수 있다.


이 상태로 전송이 이루어진 다음에, 위에서 본 노이즈를 제거하는 식으로 신호를 복구하면 다음과 같은 그래프가 그려진다.



파란 그래프가 latency 없이 전송되어 복구된 시그널이고, 빨간색 그래프가 latency를 가지고 변환된 다음 전송되어 복구된 시그널이다.

원래의 신호보다 많이 손상된 것을 볼 수 있는데, 전체적으로 시그널이 조금 뒤로 밀렸고, 

주파수가 높은 영역이 특히 많이 손상된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밸런스드 전송은 좋은 음질을 구현하기 위해 일단 돈이 많이 들고,

게다가 짧은 거리로 노이즈가 많지 않은 환경 (가정 내에서의 사용 등) 에서 쓸 거라면, 

어설픈 밸런스드 방식보다는 그냥 언밸런스드 방식을 쓰는 게 낫다.


한 번 정리하면,


1. 밸런스드 방식은 노이즈에 강하다: 신호를 반전하여 두가닥으로 보내서 노이즈를 제거하기 용이하다.

2. 제대로 된 밸런스드 방식은 비싸다: 어설프게 쓸 거라면 그냥 언밸런스드를 쓰는 게 낫다. 

    하지만 멀리 보내는 신호라면 어쩔 수 없이 써야 할 듯.

3. 55 잭은 모노 단자이다: 끝에 까만 줄이 두 개 있다고 스테레오 단자가 아니라... 그냥 밸런스드 방식을 지원하는 단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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