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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리뷰

Chemex 케멕스 드리퍼 사용 후기

by 에일라거 2020. 10. 24.

나는 커피가 좋다.

 

이제는 기호인지 중독인지 구분하기도 힘들 만큼 하루도 빠짐없이 마신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맛있는 걸 먹어볼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맥주도, 와인도 좋아해서 오만 종류의 것들을 다 마셔봤지만, 사실 술이란 건 먹다 보면 점점 취하기 때문에 이 미각이 점점 둔해질 수 밖에 없다. 그맛이 그맛이야 마셔 부어!! 이렇게 된단 말이야

 

근데 커피는 달라. 하루에 몇잔이라도 (너무 많이 마시진 말자...) 마실 수 있고 마셔도 취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이건 맥주나 와인하고도 일맥상통하는 거지만, 그 미묘한 맛의 차이를 알아가는 게 너무 좋다.

 

 

 

Chemex 드리퍼 개봉기

스타벅스 리저브에서 신문물을 접하고, 목화씨를 숨겨온 문익점의 경건한 마음으로 Chemex 드리퍼를 영입했다 마음만은 항상 미니멀 라이프였는데.... 어느새 점점 쌓여가는 짐덩이들 모르겠다

guzene.tistory.com

 

드리퍼를 개봉해서 설명서도 보고, 지난번에 스벅에서도 유심히 본 대로 내려보기로 했다. 주전자가 비슷한 게 없어서 힘들긴 하겠지만 최대한 따라해보는 쪽으로

 

이..이쁘다....

두 개를 비교해봐야 제대로 알 수 있으니까, 비교군으로 일반 드리퍼를 준비했다. 그래도 사진도 찍어야 하니까 기왕이면 사진빨이 좋은 커피빈 드리퍼로!

 

지난 글에서 커피빈 드리퍼 그냥 그렇다고 엄청 머라 했는데, 이..이쁘자나? 큼큼

 

 

 

커피빈 드리퍼 개봉 후기

음... 선물용으로는 좋을 거 같다. 참 애매하네 아메리카노나 라떼처럼 에스프레소 기반에 물 타먹는 거 보다는, 핸드드립해서 내려먹는 커피를 좋아한다. 그래서 como?? 라는 마트에서 2900원 주고

guzene.tistory.com

 

선물용으로는 확실히 괜찮은 듯

 

그러면 한번 커피를 만들어볼까?? 지난 글에서 아래의 설명서가 있었다.

 

이대로 해보자

 

요약하면

 

1. 커피콩을 분쇄하세요

2. 필터를 끼우세요

3. 취향에 따라 (진하게/연하게) 분쇄된 커피콩을 넣으세요

4. 향을 "여세요" (bloom을 의역) : 물을 살짝만 부어 커피콩을 적시고 30초 정도 물이 내려가게 내버려두세요

5. 케멕스 꼭대기까지 물을 돌리면서 부으세요

6. 추출이 끝나고 나면 주전자에 남은 물을 부으세요

7. 필터를 빼서 버리세요

8. 마셔!

 

이대로 한번 해보자 고고싱

 

일단 커피콩을 붓자

좋아 이건 머 그냥 하면 된다. 벌써 스텝3까지 끝났어! 케멕스 필터는 네모난 거랑 동그란 게 있는데, 기능상/가격 차이는 없고 단지 생긴 게 다를 뿐... 그냥 나는 쓰던대로 동그란 걸 선택해봤다. 담엔 네모난 걸 선택해봐야지

 

향을 열어보자

처음에는 물을 자작하게 붓는다. 설명서에 향을 여세요 라고 되어 있어서 그대로 한번 따라해보자.

 

비교군에도 물을 따라보자

저 필터 진짜... 하 진짜 잘못샀어 저게 뭐야-_-... 어쨌든 필터가 작으니까, 그만치 물을 여러번 따라보자

 

향이 열린 후에 (열린 건가) 물을 가득 따르자

 

스벅에서 얘기하던 2차 추출! 향을 한 번 열어주고, 그다음에 케멕스 끝까지 물을 가득 따라서 모두 내려갈 때까지 기다린다. 옆에 비교군은 너무 찬밥신세인 것 같지만 중간중간 물을 확인하면서 따르고 있다.

 

추출 완료

 

한번에 추출하게 되니까, 저렇게 커피콩이 벽을 따라서 쭈욱 쌓여있다. 물을 여러번 따르게 되면 커피콩이 필터지 밑에 모여 있는데 이것도 맛에 영향이 있을까? 모르겠지만 일단 추출은 끝났다

 

이게 다야?

물을 적게 부었나... 싶었다. 분명히 700 mL 짜리 용량으로 샀는데, 음... 그러면 적어도 중간 이상은 차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리고 저 컵은 그란데 사이즈란 말이다 저기 다 채울 수 있을지 걱정ㅠ

 

마..많네....

새..생각보다 엄청 많이 내려졌잖아? ㅋㅋㅋㅋㅋ

 

하... 어쩐지 겁나 크더라  ㅋㅋㅋㅋㅋ  700 mL 짜리 살 필요가 없었다. 여러분은 500 mL 짜리로 사세요 ㅠㅠ

 

오 커피 위에 기름이

추출 후의 시각적인 특징으로, 커피 위에 기름이 떠 있다. 지금까지 먹어본 바로는, 다른 콩들도 그렇지만 커피 콩에도 지방이 좀 있다. 그러니까 볶았을 때 윤기가 자르르 나는 거겠지? 근데 이제까지 핸드드립 내려 보면 저런 게 없었단 말이야

 

깨-끗

 

스벅 설명서에도 써 있긴 했었다. 기존 방식으로 하면 깔끔하게 내려지고, 케멕스로 하면 향과 맛이 좀 더 풍부해진다 라고. 근데 진짜 이렇게 오일까지 다 내려질 줄은 몰랐네??

 

그래서 맛은?!?

이거야말로 사진으로 보여줄 방법도 없고 수치로 나타낼 수도 없지만, 지난 번에는 그거만 마셔봐서 몰랐는데 이번에 둘 다 마셔보니까 알겠더라. 

 

확실히 차이가 난다!

 

이제까지 같은 커피콩으로 커피를 내렸을 때, 이런 향을 아예 느끼질 못했었다. 보통 커피를 마시면 신맛 vs 탄맛의 둘 사이에서 레버 같은 걸로 조절이 되는 느낌이잖아?

 

커피의 맛에 대한 나의 느낌

 

남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다. 그리고 그것이 원두 그 자체보다도 로스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좌우되는 느낌이었고... 물론 원두의 종류를 많이 접해보진 않았으니 이건 어불성설일 수도 있겠지만 쨌든 커피라는 것은 이런 음료구나, 하는 느낌이었다면

 

기름 투하

 

어디서 갑자기 고소하면서도 묵직한 맛이 확 떨어졌어! 원래 이런 맛을 탄맛에서 찾고 있었는데 이건 그런 차원이 아니라, 신맛과 탄맛은 그대로 있으면서 기름이 딱 들어가니까 묵직한 느낌, 한마디로 깊은 맛 같은게 생겨났다. 그리고 기름이 들어가니까 훨씬 더 부드러운 맛도 나고, 그리고 흙 맛이라고 해야 할지 (와인에도 그런 와인이 있다. Earthy 라고 하더라고) 그런 게 좀 더 생겨났다.

 

마치 음식에 감칠맛이 제 5의 맛이라고 하는 것처럼 완전 다른 차원의 맛이 추가돼서, 훨씬 풍성하고 다채로운 느낌이 난다. 이런 걸 이제 알았다니...

 

알면 알수록 경험치도 쌓이고 즐거움도 늘어나는 거 같아서 이건 정말 잘 산거같아. 아메리카노라고 하는 압력으로 쌔려 우려낸 커피에서 싫증을 느껴서 핸드드립을 먹다가 또 이런 걸 발견해서... 이제 또 보아 하니 원두를 갈아치우면서 먹겠구만 ㅋㅋㅋ

 

만족, 대만족!!!!

 

 

 

ps

여러분은 꼭 500 mL 짜리로 사세요 제꺼는 진짜 대왕 커서 찬장에도 잘 안들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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