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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Y

싱글픽업으로 험버커 배선 꾸미기

by 에일라거 2015. 8. 9.

※ 이 글은 다음 글의 지식이 필요합니다: 험버커 픽업의 원리 (noise canceling)


위 링크의 글에서, 싱-싱-싱 기타가 두대가 있는데, 그 중에 스윙 기타로 이거저거 실험해 보면서, 이번에는 싱글 픽업으로 험버커 배선을 꾸며봤다고 했었다. 처음에 시행착오를 좀 거치면서 완성을 했고 과정을 글로 남기려고 한다.



처음 험버커 배선을 꾸몄을 때의 사진이다. 단순하게 생각해서 험버커 픽업은 싱글 픽업 두개를 바짝 붙여놓은 모양이고, 그래서 두 싱글의 거리가 그렇게 멀지 않으니까... 미들 픽업 (-) 랑 브릿지 픽업 (+) 를 연결하고, 브릿지 픽업 (-)를 그라운드랑 연결해서 신호가 두 픽업을 다 통과하도록 붙였었다. 그런데 지난 글에도 언급했지만 험버커 소리가 얼추 나지만 노이즈도 같이 커져서 낭패... 그래서 아 자석의 극이 잘못되었구나 하는 걸 알고서 자석의 극이 어떻게 돼 있는지 알아보는 것부터 시작했다.


알아본 결과, 위 기타의  픽업 극 배열은 모두 같은 방향. 그래서 애초에 자석의 극을 반대로 놓아야 하는 험버커 픽업처럼 작동할 수는 없었다. 그러면 어떻게...? 자석을 뜯어야지 뭐


우지직!


픽업이 1980년대에 만들어진 페르난데스 픽업인데, 만들어진 지 오래돼서 그런지 접착제인지 양면테이프인지로 붙어 있는데 어쨌든 커터칼을 사이로 밀어넣고 슥 떼니까 바로 떨어진다. 지저분한 거 보소... 지금 사진에서는 미들 픽업 자석을 뗀 걸로 나와 있는데, 실제로는 미들 픽업은 놔두고 브릿지 픽업 자석을 떼 내서 극을 반대로 하고 다시 붙여줬다. 자석을 붙이 때는 마찬가지로 그냥 순간접착제를 폴피스를 피해서 살짝 발라서 붙이니까 바로 붙더라... 이런 접착제를 써도 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일단 나무도 아니고 하니... 된다 치고 패스!



그래서 이렇게... 1차 배선 완료. 특징으로는, 


1. 브릿지 픽업의 자석을 반대로 붙임

2. 자석을 반대로 붙여서 전류도 반대로 흐르기 때문에, 

   원래 (+)에 연결되어 있는 파란 선을 그라운드로 빼 주고, (-)에 연결되어 있던 미들 픽업이랑 조인.


왜 1차 배선 완료라고 하냐면, 저기 "상"이라고 써 있는 넥 픽업을 험버커로 바꿨기 때문이다. 예전에 내가 쓴 글에 어떤 분이 넥과 브릿지 픽업의 출력이 같은 게 균형이 좋더라... 라고 하셔서 싱-싱-싱 기타를 험-험 기타처럼 만들어주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다. 지금 픽가드 형태가 싱글 픽업 구멍이 나 있기 때문에, 던컨에서 나온 싱글형 험버커(SL59-1N)를 썼다.


바로 요놈.... 유명한 픽업이더만. 던컨 싱글형 험버커 3형제 Everything Axe 중에 넥 픽업. 원래는 Everything Axe 세트를 사서 바꿀려고 했는데... 중고 매물도 없고 새거는 32만원씩이나 하고 이거 뭐 40만원짜리 기타에 32만원짜리 픽업 달면 그것도 또 나중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기타 될까봐 걍 참고 넥 픽업만 삼 ㅋㅋ 브릿지-미들 연결해서 험버커 픽업 배선하니까. 그래. 참어



해서, 이렇게..!! 험-싱-싱의 변태기타가 완성되었다. 픽업은 험-싱-싱인데 배선은 험-험 으로 돼 있고 또 브릿지 픽업은 싱글로도 쓸 수 있게 돼 있다. 이런 극변태기타....하악하악


어떻게 이런 변태같은 배선이 됐는지는 아래 그림을 보자...

짠! 이 기타의 배선... circuit diagram. 넥 쪽에 싱글형 험버커는 단독으로 구성되어 있고, 미들/브릿지 픽업은 험버커로 쓸 수도 있고 브릿지 픽업의 경우 싱글로도 쓸 수 있다. 단, 미들 픽업은 단독으로 사용할 수 없다. 단독으로 사용해 볼려고 뭐 어떻게 해 볼려 했는데... 안되겠더라. 이렇게 일종의 험-싱 전환이 되는 바람에 코일탭이랑 비슷한 기능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픽업에 써 있는 N/S는 자석의 극을 나타낸다. 근데 이게 정확히 N이다, S다 하는 건 사실 모르고 극의 방향성만 이렇게 되어 있다... 라고 생각하면 된다. 미들이 S면 브릿지는 반대 극이 N극이라는 식. 이렇게 연결했을 때 픽업이 실제로 어떤 식으로 소리가 나는지는 아래에 간단한 등가회로로 살펴봅시다.


픽업 연결 상태 다이어그램


자... 이렇게 연결돼 있다. 픽업 셀렉터는 싱-싱-싱 스트랫 기타들이 많이 쓰는 5단 셀렉터이고, 위에 써 있는 숫자는 1번이 넥쪽, 5번이 브릿지 쪽이다.

그리고 각 픽업 아래쪽에 색깔을 나타낸 문자는 위쪽의 circuit diagram에서 보이는 전선의 색깔을 나타낸다.


■ 픽업 셀렉터 1번 위치



픽업 셀렉터가 1번 위치에 있으면, 싱글형 험버커만 단독으로 연결된다. Simple!


■ 픽업 셀렉터 2번 위치



픽업 셀렉터가 2번 위치에 있으면, 싱-싱-싱 기타의 경우 넥/미들 픽업이 연결되는데... 이 배선에선 위와 같이 연결된다. 싱글형 험버커도 연결되고, 미들/브릿지 픽업이 직렬로 연결되어 험버커 픽업처럼 작동한다. 그래서 이 위치에서는 깁슨 기타에서 픽업 셀렉션 노브를 가운데 놨을 때와 같이 험-험 픽업 두개가 병렬로 연결되어 있게 된다.


■ 픽업 셀렉터 3번 위치



3번 위치에 있게 되면 싱글형 험버커는 연결이 끊어지고, 미들/브릿지 픽업 두 개가 직렬로 연결되어 험버커 픽업처럼 작동한다.


■ 픽업 셀렉터 4번 위치



4번위치에 있으면, 3번 위치에 있을 때와 한끗 차이로 다르다. 미들/브릿지 픽업 두개가 연결되는 건 똑같지만, (+) 단자 쪽에 두 개가 다 붙어있기 때문에 미들 픽업에는 전류가 흐르지 못한다. 아래의 간단한 등가회로 설명을 보자.



픽업은 코일이 잔뜩 감긴 거라 원래는 Capacitance/Inductance가 다 있지만... 뭐 이거 설명하는데 그런거까지 그리기 귀찮아서 그냥 저항이다! 하고 본다면, 4번 위치는 픽업 두개가 위 그림처럼 연결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왼쪽에서처럼 미들/브릿지가 모두 (+)에 연결되어 있고, 이는 오른쪽 그림과 같은 형태가 된다. 그래서 미들 픽업은 픽업 양단의 전위가 같아서 전류가 흐르지 않고 브릿지 픽업만 동작하게 된다.  


■ 픽업 셀렉터 5번 위치



5번위치는 1번위치와 마찬가지로 심플하다. 브릿지 픽업만 연결되어 있고, 그래서 브릿지 픽업만 작동한다.


정리해 보면, 일반적인 싱-싱-싱 기타와 이렇게 배선을 고친 기타의 픽업 셀렉터 상태는 다음과 같다.


픽업 셀렉터 위치

싱-싱-싱

수정

1

Neck

Neck

2

Neck & Middle (병렬)

ALL (Neck & Middle/Bridge 험버커 병렬)

3

Middle

Middle/Bridge 험버커

4

Middle & Bridge (병렬)

Bridge

5

Bridge

Bridge


4번이랑 5번이 똑같이 브릿지 픽업으로 같아져서... 사실 험-험 기타처럼 3단 셀렉터도 생각했었는데, 그렇게까지 하긴 또 귀찮고, 어차피 원하는 건 다 되는데... 싶어서 냅뒀다. 



그렇게 해서... 완성! 


여담

이 기타도 참 많이 건드렸다. 픽가드도 원래 이거 아니었는데 까만 걸로 하고 싶어서 아마존에서 주문하고 한 2주 기다려서 받아서 작업했다. ㅋㅋ 내가 원하던 그림이 드디어 나옴... 원래 원하던 그림이 뭐였냐면,



요고...ㅋㅋ 이게 내가 처음 썼던 미펜인데, 내추럴 피니쉬에 까만 픽가드, 그리고 흰색 부품들의 색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었거든. 그래서 스윙 기타를 리피니쉬한다고 내추럴로 깐 김에 픽가드를 까만 걸로 바꿀려고 암만 뒤져봐도 스쿨뮤직에도 잘 없고... 해서 포기하고 있다가 아마존에 가 보니까 중국산 3-ply 까만 픽가드를 5달러에 파네? 배송비까지 8천원 정도 주고 사서 드디어 원하던 그림을 완성... ㅋㅋ 인제 안 건드릴 거 같다. 변태기타 작업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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