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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코딩

렌즈에 따른 피사계 심도

by 에일라거 2016. 2. 8.

예전부터 조금씩 주워들어온 이야기들을 한 번 정리하고 가려고 제목의 내용으로 글을 쓴다.


1. 렌즈의 광학 포인트


단일 렌즈의 광학 지점


렌즈의 초점거리 (출처: http://www.diracdelta.co.uk)


렌즈는 빛을 굴절시킨다. 그래서 위와 같은 볼록렌즈의 경우 렌즈에 평행하게 입사한 빛을 모아서 하나의 포인트에 모아 주는데, 이렇게 모이는 지점을 Focal Point (초점)이라고 하며, 그림에서 빛이 꺾이는 지점을 이은 면을 Principal Plane, 그 면과 렌즈의 광축(렌즈의 중심점을 지나는 선)이 만나는 점을 Principal Point (주점) 이라고 한다. 그리고 주점과 초점 사이의 거리를 Focal Length (초점거리) 라 한다. 초점거리는 렌즈가 가진 고유한 특성이다.


위에서 초점과 주점, 두가지 중요한 포인트를 설명했는데, 각각은 또 다시 두가지가 있다: 제1초점, 제2초점, 제1주점, 제2주점


제2주점과 제2초점


첫번째 그림을 포토샵으로 조금 편집해서 보자. 카메라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들어오는 평행광이 렌즈를 통과할 때 꺾이는 지점을 Second Principal Point (제2주점), 꺾인 빛이 모이는 지점을 Second Focal Point (제2초점) 이라 하며 반대로 카메라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나가는 평행광이 렌즈를 통과할 때 꺾이는 지점은 First Principal Point (제1주점), 꺾인 빛이 모이는 지점은 First Focus Point (제1초점) 이라 한다. 카메라에서는 바깥에서 들어오는 빛을 사용하기 때문에 제2주점제2초점이 중요한 지점들이 된다.


위의 경우처럼 단일한 대칭형 볼록렌즈라면, 안쪽에서 나가는 빛이든 그 반대이든 주점은 렌즈의 중심에, 초점은 렌즈를 중심으로 같은 거리에 대칭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실제 카메라에 사용되는 렌즈는 오목/볼록렌즈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각 지점들의 위치가 달라진다.


복합 렌즈의 광학 지점

제2주점과 제2초점 (출처: http://www.pierretoscani.com)


위처럼 5군 6매의 렌즈가 있다 하면 바깥쪽에서 들어오는 빛이 각 렌즈를 지나 꺾여서 초점에 모이는데, 이 때 Principal Plane은 바깥에서 들어오는 평행광과 안쪽에 모이는 빛을 연장했을 때 만나는 지점들의 면이며, 실제로는 그림과 같이 평면이 아니라 구형을 띈다. (그림에선 2차원이라 원이지만 3차원으로 보면 구형) 카메라에서 초점거리란 이 제2초점과 제2주점 사이의 거리를 뜻한다.


제1주점과 제1초점 (출처: http://www.pierretoscani.com/)


제 1초점은 반대로 카메라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나가는 평행광으로 생각한다. 그림과 같이 카메라처럼 여러개의 렌즈가 사용된 경우 제1주점과 제2주점의 위치는 일치하지 않는다.


정신이 산으로 가기 전에 1장의 키워드를 다시 한 번 보면: 초점, 주점, 제2초점, 제2주점, 초점거리

* Principal Plane: 최초의 평행광과 최종의 꺾인 빛의 연장선이 만나는 지점들

* Principal Point (주점) : Principal Plane과 광축이 만나는 지점

* Focal Point (초점) : 평행광에서 렌즈를 통해 꺾인 빛이 한 곳으로 모이는 지점

* 제2초점/제2주점 : 바깥에서 카메라 안쪽으로 들어오는 평행광으로 계산하는 초점과 주점

* 초점거리 : 제2초점과 제2주점 간의 거리


2. 렌즈의 결상


결상이란 어떤 물체에서 렌즈를 통과한 빛이 초점을 지나 상이 맺힌다는 걸 뜻한다. 쉬운 예로 아래를 보자.


렌즈를 통과한 사물의 결상 (상이 맺힘)


왼쪽과 같은 형광등 빛이 렌즈를 통과해서 "상이 맺힌다"는 건 오른쪽 그림과 같이 선명한 상이 보인다는 걸 뜻한다. 왼쪽은 천장에 있는 형광등이고, 오른쪽은 85mm 렌즈를 통과해서 파란색 노트 위에 형광등의 상이 맺힌(결상) 모습. 흔히 말하는 초점이 맞는 상이 맺히는 걸 말하는데, 그게 무슨 뜻일까? 그림 1을 보자. (설명 편의상 아래 그림부터 번호를 붙이겠음...)


그림 1. 상 맺힘


편의상 단일 볼록렌즈라 하고 어떤 물체 1이 있으면, 물체의 한 점에서 퍼져나간 빛을 살펴보자. 화살표 끝단의 점에서 퍼져나간 빛 중 렌즈에 평행하게 입사한 빛은 굴절된 후 반대쪽 초점을 지나 진행하고, 렌즈 밖에서 초점을 지나 입사한 빛은 렌즈 바깥에서 평행하게 진행한다. 중간에 무수히 많은 빛의 방향이 있겠지만 편의상 이 두 방향만 보면, 두 빛이 진행하다 다시 점으로 만난 지점에서 상이 맺히게 된다. "한 점에서 나온 빛이 퍼졌다가 다시 한 점이 되는 지점"이 결상되는 지점이고 거기에 촬상면 (CCD나 필름 등)이 있으면 그 물체에 초점이 맞은 사진이 찍히게 된다.


덧1: 편의상 한 점, 두 방향의 빛만을 따졌지만, 물체의 다른 지점에서 나온 빛도 함께 생각해 보아도 된다. 하지만 복잡하니까... 패스

덧2: 잘 모를 때는 "초점"에 촬상면이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러면 돋보기에 햇빛 모아서 종이 태우듯이 센서가 타겠지.....;;

덧3: 퍼져 나갔던 빛이 파장별 굴절률의 차이로 완벽하게 한 점으로 다시 돌아오지 못하면서 색수차(Chromatic aberration)가 발생한다. 


그러면 위 그림에서 물체 1이 저 위치가 아니라 다른 위치에 간다면? 초점이 안 맞는다. 아래 그림을 보자. 


그림 2. 물체의 이동과 착란원


물체가 좀 더 멀리 이동했다. 그림 1과 같이 상이 맺히는 지점을 그려 보면, 촬상면보다 좀 더 앞에 있게 된다. 하지만 이 맺히는 지점에 아쉽게도... 촬상면이 없으므로 빛이 그 지점을 통과해서, 촬상면에는 점이 아니라 둥그런 원형의 빛이 보이게 된다. 원래 점으로 보여야 할 빛이 원형으로 넓게 퍼져서 보이게 되고, 다른 지점들도 모두 빛이 퍼지게 되므로 초점이 맞지 않으면 이미지가 선명하지 않고 뿌옇게 보이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맺힌 원을 착란원 (Circle of Confusion)이라 하며 초점이 맞지 않을수록 착란원은 커지고 이미지는 점점 뿌옇게 보인다.


착란원 (Circle of Confusion)


초점이 맞지 않아 생기는 착란원을 긍정적으로 사용한 사진들이 이런 류의 사진이다. 흔히 보케라고 부르는데... 예를 들면 밤에 켜진 가로등 같은 경우 점 광원과 유사하게 볼 수 있고 초점이 맞지 않으면 저렇게 원형의 착란원이 생기는 걸 볼 수 있다.


다시 집중해서, 그러면 초점이 맞지 않을 때 다시 초점을 맞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이 맺힌 곳에 촬상면을 들이대는 방법이 첫번째고 (카메라 초기엔 이렇게 했다) 렌즈를 옮기는 것이 두번째다.


그림 3. 렌즈 이동


물체의 위치 이동에 대응하여 렌즈를 이동시켜 물체의 상이 촬상면 위에 맺히도록 했다. 이게 초점을 맞추는 행위이고 초점링을 돌리면 내부의 렌즈가 움직여 제2주점을 변경시켜 상이 선명하게 맺히는 위치를 변경하게 된다.


덧1: 흔히 초점을 맞춘다 라고 할 때의 초점과 렌즈의 초점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초점을 맞춘다라는 건 착란원의 크기를 줄여 상이 선명하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고, 초점은 렌즈에서 꺾여서 빛이 모이는 지점으로 렌즈 설계에 따른 고유의 값이다. 따라서 어떤 빛을 투과시키건 초점/초점거리가 변하지는 않는다. 두가지 개념을 같은 말로 혼용하기 때문에 헷갈릴 수 있다. 


덧2: 그림 3에서 하나 살펴볼 점은, 조금 과장되긴 했지만... 촬상면에 맺히는 물체의 상이 원래보다 작아진 점이다. 이것이 원근감이다. 멀리 떨어진 물체의 상은 좀 더 작게 맺힌다. 사람의 눈도 일종의 렌즈이기 때문에, 멀리 떨어져 있는 물체는 작아 보인다.


3. 피사계 심도 (Depth of Field)


심도란 말 그대로 풀이하면 깊이라는 뜻인데, 사진에서는 초점이 맞는 깊이를 뜻한다. 초점이 맞는다는 건 착란원이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다는 뜻이고 심도가 깊다는 건 물체의 웬만한 거리 변화에서는 착란원의 크기가 잘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쉬운 말로 하면 멀리 있는 물체나 가까이 있는 물체나 다 선명하게 보인다는 뜻이다. 심도가 얕은 것은 그 반대, 특정 거리의 물체에 초점을 맞추면 거리가 다른 물체는 뿌옇게 보인다는 뜻이다. 흔히 아웃포커싱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림 4. 거리가 다른 두 물체의 상 맺힘


심도가 생기는 원리는 그림 4와 같다. 물체 1에 초점이 맞아 촬상면에 선명하게 보이고, 물체 2는 그것보다 가까이 있는데 렌즈가 이동하지 않는 이상 착란원이 커서 뿌옇게 보인다. 그러면 심도는 무엇에 따라 변화할까?


조리개 개방 정도에 따른 심도 변화

그림 5. 조리개를 열었을 때


심도는 조리개의 열림 정도에 따라 변화한다. 그림 1~4까지 빛을 평행광과 초점을 지나는 빛 두가지를 사용한 것은 물체의 상이 맺히는 위치를 알기 위한 것이고, 실제로 렌즈 안으로 들어가는 빛의 끝단 두 방향은 조리개를 연 정도에 따라 달라지며, 조리개가 열려있을 때는 그림 5와 같이 카메라 안으로 빛이 들어간다. 그림처럼 조리개를 열었을 때의 착란원 크기를 기억하자. 


그림 6. 조리개를 조였을 때


그림 6은 조리개를 조였을 때를 표현했다.조리개를 조이면 빛은 좁은 영역만을 통과해서 들어가고 이 때의 착란원은 그림과 같다. 조리개를 열었을 때보다 착란원이 훨씬 작은 것을 알 수가 있다. 이 착란원이 충분히 작으면 사람 눈은 어차피 구분을 못하기 때문에 많은 영역(거리)에 걸쳐 초점이 맞은 것처럼 보인다. 즉, 심도가 깊어진다.


조리개를 개방하면 심도는 얕아지고, 조리개를 조이면 심도는 깊어진다. 같은 렌즈로 찍은 아래 사진으로 비교해 보자.


Lens: 85mm f1.4 / Left: f1.4 / Center: f4.0 / Right: f22


조리개는 f 값으로 나타내는데 일단 용어는 됐고 사진만 비교해 보자.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 수록 초점이 맞는 영역이 넓어지는 걸 알 수 있다. f뒤에 붙은 숫자가 작을수록 조리개를 열고 있는 방향이며 조일수록 숫자가 커진다.


초점거리에 따른 심도의 변화


그림 7. 렌즈 초점거리 변화에 따른 결상의 변화


심도는 렌즈의 초점거리에 따라서도 변한다. 그림 7은 그림 4의 렌즈보다 초점거리가 짧은 렌즈를 묘사한 것이다. (광각) 그림 상으로는 잘 표시가 안 나지만... 어쨌든 그림처럼 변화한다. 그림에서 보다시피 촬상면에서부터 물체 1,2의 거리는 같은데 몇가지 변화가 생겼다.


* 렌즈 이동: 초점거리가 달라졌기 때문에 상을 선명하게 맺기 위해서 렌즈가 이동해야 한다.

* 맺힌 상의 크기 변화: 물체 1에 초점을 맞췄는데 그림 4에서보다 맺힌 상의 크기가 작아졌다. 광각렌즈에서는 같은 거리의 물체라도 좀 더 작게 보인다.

* 착란원의 변화: 촛점이 맞지 않는 물체의 착란원의 크기가 작아졌다. 초점거리가 짧아지면 심도는 깊어진다.


변화를 좀 더 극적으로 보기 위해 같은 최대개방 조리개의 상황을 초점거리가 다른 두 렌즈에 대해 살펴보자.


그림 8. 초점거리가 다른 두 렌즈의 결상


그림에서 착란원의 확연한 크기 변화를 알 수 있다. 다시 한 번, 렌즈의 초점거리가 짧아지면 심도는 깊어진다.


거리 변화에 따른 심도의 변화


심도는 초점을 맞추는 거리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같은 렌즈라도 가까이 있는 물체에 초점을 맞추면 심도가 얕아지고, 멀리 있는 물체에 맞추면 심도는 깊어진다.


그림 9. 결상 거리 공식


이유는 위의 결상 거리 공식에서 찾아보자. f는 초점거리, L_0는 사물에서 초점까지의 거리, L_i는 초점에서 결상지점까지의 거리이다. 위의 공식에서 L_0과 L_i는 반비례관계를 가짐을 알 수 있고, 그러면 아래 그래프와 같이 표현된다.


그림 10. 거리 변화에 따른 심도 변화


그림 10에서 보듯이, 카메라로부터의 거리가 다른 물체 1과 물체 2가 있다고 하자. 초점거리가 물체와 가까우면 (카메라를 들이댐) 물체 1에 초점을 맞췄을 때 물체 2의 상은 촬상면에서 많이 먼 곳에 맺히게 된다. 즉, 촬상면에서의 착란원은 그만큼 커지고 심도는 얕아진다. 반대로 초점거리와 물체가 멀면 (풍경을 찍는다든지) 같은 거리 차이라도 물체 2의 결상은 촬상면 근처에서 맺히고, 이는 촬상면에서 작은 착란원을 가지게 한다. 즉, 심도가 깊어진다.


정리


심도는 초점이 맞는 범위를 말하며, 광범위한 거리에서 초점이 맞을 경우 심도가 깊다, 반대의 경우 심도가 얕다고 한다. 심도가 얕은 사진은 흔히 근본없는 용어로 (;;;) 아웃포커싱이라고도 한다. 


심도는 조리개 값, 초점거리 값, 물체와의 거리에 따라 변화한다. 조리개를 열수록, 초점거리가 길수록 (망원렌즈), 물체와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심도는 얕아진다. 반대로 조리개를 조일수록, 초점거리가 짧을수록 (광각렌즈), 물체와의 거리가 멀수록 심도는 깊어진다.


기타 센서 크기에 따라서도 심도가 변하지만 (센서가 작을수록 같은 초점거리에서 심도가 얕아짐. 35mm 환산화각 적용 시 센서가 작을수록 심도가 깊어지는 것은 실제 렌즈의 초점거리를 짧게 하여 환산화각을 맞추기 때문. 일례로 스마트폰카메라의 환산화각은 28mm 정도인데, 실제 렌즈의 초점거리는 4mm 정도에 불과하여 심도 조절이 힘듬.) 여기서는 다루지 않기로 한다. 어차피 하나의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경우 렌즈를 바꾸거나 렌즈의 세팅을 바꾸는 것이지 센서를 바꾸는 건 아니므로, 센서는 변수가 아니라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


4. 맺음말


이번 글에서는 렌즈의 종류나 세팅에 따른 피사계 심도의 변화에 대해 기술적으로 알아봤다. 심도 조절만 잘 해도 찍은 사진의 목적을 웬만큼 알 수 있기 때문에 특히 DSLR이나 미러리스, 하이엔드 카메라처럼 심도 조절이 자유로운 센서 크기가 웬만큼 되는 카메라들은, 항상 이쁘장한 심도 얕은 사진이나 휴대폰처럼 깊은 심도의 사진만 찍을 게 아니라 심도를 조절해가면서 찍으면 좀 더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지 싶다.


덧: 경험상 풀프레임이나 APS-C 정도의 센서까지는 조리개로 심도 조절이 자유로운 편이지만 1인치 정도 크기의 센서를 탑재한 하이엔드는 조리개값보다는 초점거리를 바꿔서 (망원으로 줌) 얕은 심도를 노리는 게 낫다.




덧2: 자바스크립트를 배우면서, 위의 내용을 직접 조작해가면서 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 비슷하게 하나 만들어 보았다.
      링크 : 렌즈에 따른 피사계 심도 - 자바스크립트 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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