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두물머리 라이딩

by 에일라거 2016. 4. 6.



봄이 왔다. 뭐든 하기 좋다. 중고 자전거 매물이 쏟아졌던 겨울이 가고, 체인에 오일을 먹이고 반딱반딱하게 윤이 나게 닦은 가지각색의 자전거가 벚꽃 흐드러지는 한강을 달리는 계절이다.



왕복을 할까도 생각했지만, 라이딩이라기보다는 봄소풍 정도로 나온 길, 신도림에서부터 자전거를 달려서 행복하자 우리 아프지 말고 양화대교, 양화대교를 건너서 홍대입구역에서 경의중앙선을 탔다. 그리고 양수역까지 자전거를 싣고 달릴 때부터가 여행의 시작이었다.



역시 이런 여행을 알리는 샷이 한번쯤 나와야 하는 것 아니겠어? 내 정성(돈)과 시간을 쏟아부은 나의 사랑스러운, 그래야 하는 자전거와 홍대입구. 세상에 30만원짜리 자전거에 55만원짜리 도색을 하는 미x 인간이 나 말고 또 있을까?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보면 다들 힐끔힐끔 쳐다보다가 누군가가 '아니 어디 꺼예요? 혼다..?' '아니요 아팔란치아 자전거에 도색한 거예요' '아..~' 그 어색한 대화만 없었다면 다들 계속해서 궁금해했을 말도 안되게 이쁜 내 자전거를 끌고, 경의중앙선 홍대입구역에서부터 양수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갔다. 


평일에도 양 끝칸에 자전거를 실을 수 있지만, 출퇴근 시간을 피하는 게 정신건강과 예의범절에 좋다.



양수역에 도착한 뒤에 3km 정도를 달려서 도착한 두물머리에서부터 사진 찍고 놀기를 시작! 라이딩인지 출사인지 소풍인지, 아니면 그냥 봄을 즐기러 나온 건지, 약간 쌀쌀하면서도 청명한 날씨 속에서 인증샷~ 난 참 사진 찍히는 거 어색해 하는데 그래도 뭐 그럭저럭 잘 나온 샷.. ㅋㅋ



같이 간 친구 두명. 뭔가 아련하다... 사실 아닌데. ㅋㅋ 느낌적인 느낌



전에 왔을 때는 몰랐는데, 여기 유명한 핫도그 집이 있었다. #두물머리 명물 연핫도그 # 여기가 그집 #유사품 주의 # 지진, 태풍 쓰나미 때만 쉼



어서 주세요 주인님! 연핫도그! 하악하악



크으... 연핫도그라는 게 연근인지 연꽃 씨인지를 갈아서 반죽한 건데, 일단 안에 들어있는 소세지가 끝내주고 기름에 바삭하게 튀긴 껍닥 위에 케찹과 설탕과 머스터드의 향연! 꿀맛 존맛 개꿀맛...ㅋㅋㅋ 가격은 3천원인데 길가에 파는 이상한 핫도그들 2500원씩 받는 거 생각해 보면 그렇게 비싼 건 아니다. 아니 대체 길가에 말도 안되는 핫도그들은 뭐 믿고 그 가격에 파는 거지... 포풍흡입 후에 드디어 경치가 좀 눈에 들어온다.



뭔가 잡지같은 느낌. 여기에 글자 몇 개 끄적끄적 적어 놓으면 잡지 표지 같겠다. 포토샵으로 뭔가 하나 해 보려고 했는데 그만 귀찮....암튼 분위기가 참 좋다. 



자전거 나란히 선 담벼락 뒤 호수같이 펼쳐진 강물 크으... 지금도 사실 잎이 없어서, 4월 중후반이나 5월 초에 오면 진짜 좋을 거 같았다.



허벅지가 튼튼한 융. 나도 근력운동 좀 해야지... 수영가지고는 안되겠다 허벅지가 조금씩 빠지는 거 같아.... 운동만이 살 길!!



셋이서 찰칵



두물머리란 게, 두 물(북한강/남한강)이 만난다고 해서 두 갈래 물의 머리다...라고 해서 두물머리래 ㅋㅋ 와 진짜 말 그대로의 뜻이었다. 그리고 이 두물경이 바로 북한강과 남한강이 딱 만나는 바로 그 지점. 여기서부터 이제 라이딩 시작이니까, 전신을 꽁꽁 싸매고 달릴 준비 완료! 역시 얼굴이 안나와야 하는 건가?



양수역을 지나 철교에서 한 컷. 멋지게 녹슨 철골이 있었다. 흉하지 않게 잘 익은(?) 세월의 흔적



첫번째 목적지인 능내역(폐역). 여기도 이거저거 잘 꾸며놔서 참 좋다. 근데 여기도 사실 유인 인증센터가 있어서 그동안 달린 자전거길을 좀 정산하려고 들어갔더니 컴퓨터가 다운됐다나... 몇달 전부터 그랬다고 한다. 아니 컴퓨터가 다운된 게 뭐야 그럼 고쳐야지... 뭔가 말도 안되는 핑계처럼 느껴지는 불친절한 응대~ 그래도 뭐 그렇다면서 안해주겠다는데 거기서 더 해달랄 수도 없고 해서 그냥 다음에 남한강이나 북한강 한 번 더 탈 때 밝은광장 인증센터에서 받는 걸 기약하고 잠깐 휴식만 하기로.



폐역이지만 휴게소처럼 관리를 잘 해서 운치가 있다. 하지만 운치는 찰나, 그랜드 캐년도 10분,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역시 맛있는 냄새 앞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핫도그를 먹었으니 짠단짠단의 공식에 따라 팥빙수를 먹기로.



크으... 옛날식 팥빙수... 라고 생각했었다. 미숫가루를 보고서... 근데 아니었어. 미숫가루와 팥과 연유를 먹어가면서 파들어가면 그 안에 커피 얼린 것과 우유 얼린 것이 믹스되어 나오는 놀라운 맛... 이것은 마치 더블비얀코. 안에 있는 것이 더 맛있는 것, 넘나 맛있는 것. 6천원인가 했는데, 셋이 먹기에도 양이 충분한 데다가 맛도 다양하게 들어 있어서 좋았다. 사진 찍고서 배도 좀 부르니까 여유있게 먹으면서 날씨를 즐기면서 풍경도 찍는, 그런 시간



역사의 역사. 난 이런 게 좋다. 깔끔한 유리건물보다 대리석으로 지어진 건물이 더 좋고, 사람의 흔적이 느껴지는 물건들이 좋다.



역 안이며 주변을 둘러보다가 최강기아타이거즈 V11을 기원하는 V를 그리며 다시 출발! 난 딱히 응원하는 팀은 없지만 한화 포시 한번 진출해봤으면...



휴식과 소풍은 능내역까지였다. 사실 그 뒤로는 아직 새 잎이 돋아나지 않은 갈색 경치들이 이어지는데, 그 와중에 잎보다 먼저 피는 꽃들의 향연이 중간중간 펼쳐진다. 라이딩의 대부분은 사실은 그런 시간들이고, 즐거움을 느낄 때는 갑작스레 예상하지 못한 풍경이 펼쳐졌을 때, 차로 고속도로를 달렸다면 절대 볼 수 없었을, 우리나라에 이런 데가 있었어? 하는 그런 장면들이 눈앞에 펼쳐졌을 때다. 



예를 들면 이런... 산책으로는 너무 느려서 감흥이 없고, 차로는 너무 빨라 제대로 보지 못할 풍경들. 다시 봐도 하늘이 참 좋은 날이다.



하남시를 지나 서울로 진입하고서 넘어야 할 언덕이 하나 있었는데, 깜빡하고 얘기를 안했네... ㅋㅋㅋ 



고생했다 ㅋㅋ



드디어 잠실 근처에 도착! ...이라고 안 건 저기 솟아오른 제2롯데월드 덕분..이랄까 때문이랄까, 대체 왜 저렇게 높이 지어놨는지 모르겠는, 다른 스카이라인하고도 어울리지 않는 저 높은 건물, 옆으로 펼쳐진 개나리와 벚꽃



가던 길에 또 깜짝 놀란 게, 여의도 63빌딩 근처에 벚꽃이 엄청 좋은 데가 있더라. 아니 여기를 몇 번이나 지나갔었는데, 봄이 아니어서 그랬나? 이런 분위기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함... 벚꽃이 만개해서 너무 이쁘더라. 힘들지만 몇일만 지나도 다시 못 볼 벚꽃을 위해 사진 몇 방 남기고... 



국회의사당까지 가서 라이딩을 끝내고 쭈삼으로 마무리! 역시 마무리는 맥주인가... ㅋㅋ 중간에 밥을 한 번 먹고 달렸어야 되는데, 팥빙수 먹고 배가 부른 나머지 밥을 안 먹으니까 진짜 너무 힘들더라. 아니 난데? 나 하루에 150km씩 타는 사람인데? 근데 당 떨어짐... 힘을 못 쓰겠더라. 당 떨어지니까 봄바람도 너무 춥고 힘없고 몸 떨리고 갈 의지도 안 생기고 자꾸 땅만 보고 가게 되고 ㅋㅋ 한참 온 거 같은데 3km 탔고... 역시 자전거 타기 전에 잘 먹어야 하는데, 자전거 타고 나서 겁나 잘 먹었네.



이게 그날의 기록. 구글 My Tracks로 찍은 건데, 4월 30일날 서비스 종료한다더니 벌써부터 맵도 제대로 안나오고...ㅠㅠ 쨌든 대략 이런 코스로 55km 정도 달렸다. 중간중간 쉬느냐고 오래 걸렸지만 달릴 때의 평속은 대략 20km/h 조금 안되게 달린 거 같다.


날씨가 좀 더 풀리면 이번엔 금강 라이딩 한 번 해야겠다. 오늘의 라이딩 끝~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