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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속초 트라이애슬론 참가 후기

by 에일라거 2017. 7. 3.

난생 처음으로 트라이애슬론 대회에 참가해 봤다. 이거 때매 자전거도 샀고 (링크: 자전거를 샀다) 오픈워터 스위밍 수트도 샀다. 순식간에 200만원 지출....ㅠㅠ 수트는 대략 30만원 정도...

 

대회명은 2017 Asian Cup 설악 국제 트라이애슬론 대회(KTF시리즈) 겸 제6회 한일교류전이었다. 사실 자전거 살 생각은 없었는데, 이게 국제대회라서 로드만 참가 가능하다고 해서 어차피 한 두어달 고민했었으니까...하면서 ㅋㅋ 아 몰라 YOLO 해

 

참... 자전거도 자전거지만 슈트도 사이즈만 재고 샀었는데 첨에 입는 법을 제대로 몰라서 다이빙수트처럼 입다가 쭈와아아악 찢어먹고 ㅋㅋㅋㅋㅋㅋ

 

멘 붕

 

수트 박스 까고 바로 입어보는데 저렇게 부욱 찢어지니까 그대로 사고정지... 엄청 짜증내다가 좀 정신 돌아오니까 하 또 새로 사야되는 건가 역시 좀 작았던 건가 좀 큰걸 사야 되는 건가 진짜 사야되나 별의별 생각이 다 드는데 또 인터넷 찾아보니까 수트 수선용 본드같은 게 있었다. SEAL CEMENT 라고도 하고 네오프렌 본드 라고도 하는...

 

 

이런 거니까 혹시 나처럼 수트 처음 입었는데 잘못 입다가 찢어졌다, 라고 하면 저걸 사서 바르면 된다.

 

 

이런 식으로 떡칠을 해서 바른 다음 잘 말리고.... 겉이 마르는 건 순식간이니까, 뜯어진 부분이 잘 맞도록 웬만하면 한번에 붙이는 게 좋다.

 

 

준비물

 

준비완료

 

옷만 이만큼이다.... 래쉬가드랑 타이즈는 수영 수트 입기 전에 입어 두면 수트가 훨씬 수월하게 들어간다. 아니면 엄청 낑낑대면서 입게 되든지 나처럼 한번 찢어먹든지... ㅋㅋ 나는 수영하고 나와서는 래쉬가드는 벗고 자전거 저지로 갈아입고 타이즈 위에 반바지만 하나 입고 출발했다. 그리고 요번에 느꼈는데 수트 입고 수영하다 보면 목이 엄청 쓸린다. 다 끝나고 따가워 죽는줄; 바디글라이드라는 게 있다는데.... 그걸 미리 목에 바르고 들어가면 좀 낫다고. 아니면 바세린을 엄청 많이 바르고 들어가도 비슷하다고 한다. 아니면 목에 쓸릴것 같은 부위에 테이핑을 미리 해 놓고 수트 입어도 될 듯?

 

실제로 버프는 쓰지 않았다. 수영하고 숨차고 더운데 뭔 버프여.... 장갑도 안낌

 

짐싸기 완료. 처녀출전이라 긴장 중

 

이 밖에 수모는 대회 측에서 주는 것을 이용해야 하고, (나이대 별로 수모 색이 다르다) 수영할 때 쓰는 귀마개도 가져갔는데 수영 마치고 나오다가 잃어버렸다... 그리고 난 눈이 나쁜데 수경에 도수가 없어서 실제로 목표지점을 찾는데 엄청 고생했다. 안경끼는 사람들은 도수 수경을 쓰는 게 좋을 듯.... 그리고 이번에 나는 로드는 처음 타봐서 클릿페달은 안 달았는데, 다음에 또 나간다면 클릿까지 달아 보려고 한다. 그러면 신발을 두개 준비해야 함: 클릿슈즈/런닝화

 

정리해보면....

 

 

 

power 공급

 

경기 중 먹을 거는 포카리 1.5L 사서 자전거 물통 하나랑 500mL 생수통 2개에 소분해 넣어놓고, 파워젤 6개 사서 자전거 물통에 4개, 생수통 1개에 타서 충분히 흔들어서 섞어뒀다. (포카리+파워젤) 그리고 파워젤 1개는 따로 먹을라 했는데 안먹어서 지금 남아 있음. 먹은 타이밍은...

 

 

이렇게 했는데, 사이클 끝나고 너무 많이 먹은 거 같아. 러닝하는데 처음에 속이 좀 부대끼는 느낌.... 젤만 짜서 먹으라고 했는데 타놓은 게 남아서 그걸 먹었더니 뱃속이 출렁출렁한 것이... ㅋㅋ 차라리 수영 끝나고 더 먹을껄

 

파워젤을 사서 타서 먹으니까 확실히 뛰거나 사이클 하다가 당이 떨어져서 힘들다는 느낌은 없다. 다리가 아플 뿐.... 당이 떨어지면 딱 그 느낌이 오는데 그런 느낌이 없었음. 근데 아무래도 거의 포도당을 갑자기 부어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거다 보니까 그렇게 좋은 건 아니라네. 이온음료도 그렇고.... 이온음료는 간에 별로 안좋다고 한다. 파워젤은 주성분이 포도당이라 아무래도 혈당치가 왔다갔다하는 게 심할 테니까 안좋을 거 같다. 대신에 카보로딩(Carbo-Loading) 이라는 걸 이번에 처음 들어봤는데 담에 참가할 땐 그런 식으로 해 둬야겠어

 

 

코스 및 기록

 

대회 코스도 (출처: 대한철인3종협회 홈페이지)

 

코스도는 위 그림과 같다. 위의 호수가 속초의 청초호라는, 바다와 연결된 호수인데 여기에서 수영을 한다. 그리고 나와서 바꿈터로 달려가서 자전거탈 준비해서 빨간색 자전거 코스를 4바퀴 돌고 초록색 달리기 코스로 뜀박질하고 끝

 

실제 내가 뛴 코스는...

 

 

요렇게.... 자전거랑 마라톤은 뭐 그냥 코스대로 뛰었지만 수영이.... 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뭐야 ㅋㅋㅋㅋ 왔다갔다 한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까지...?? 그래서 사실 수영 코스는 1.5 km 인데 시계에 기록된 거 보면 나는 1.9km를 돌았다. 실제로 수영장에서 할 때 1.5km 정도면 27분? 정도 걸리는데, 아래 기록으로 1.5km를 돌았다 치고 계산해 보면 28분 30초 정도... 직선으로 가는 연습을 하면 기록이 좀 나아질 것 같다. 그나마 파도가 거의 없어서 다행이었다. 파도는 그렇다 치고 너울이 심하면 멀미도 난단다. 배멀미하듯이...

 

순토 앰빗3 기록 (Movescount.com)

 

대회 공식 기록 (Liverun.co.kr)

 

Movescount 기록에서 "스포츠를 지정하지 않음" 부분은 Transition time. 수영할 때 지그재그로 가는 걸 줄여야 하고 (아무리 줄여도 1600~1650m 정도는 생각해야 될 듯...), 바꿈터에서 정리해서 나가는 것도 더 줄이고, 무엇보다도 달리기 훈련이 많이 필요할 거 같다....  그러면 3시간 안쪽으로는 충분히 들어올 거 같은데 달리기가 너무 느리네.... 그래도 자전거가 확실히 로드가 더 빠른 게, 지난번에 듀애슬론 나갔을 때는 하이브리드 자전거로 탔는데 그때 20km 달리는 데 40분 걸렸거든. (평속 30 kph) 이번에 산 로드로 클릿 없이 두 배 거리를 달렸는데 평속이 32.3 kph였고 힘도 덜 들었다. 클릿도 달아야겠어....

 

그리고 수영할 때 호흡을 찾아야 한다라는 팁을 들었는데 그게 무슨 말인지 경기하고 나니까 이해가 되는 것이, 처음에 좀 빨리 치고 나가면 편하다는 말을 듣고 처음에 한 100m 정도 수영장에서 수영하듯이 나갔는데, 수트가 아무래도 좀 작은지 숨이 제대로 안 쉬어지는 거야. 거기에 물은 차갑지 아무것도 안보이지 그러니까 숨쉬고 다시 물속으로 고개를 딱 돌리니까 공포감이 엄습, 숨은 점점 안 쉬어지고... 난 자꾸 좌우로 왔다갔다 하고 그 시점에서 완주고 뭐고 와 이러다가 진짜 죽겠다 싶더라고. 그래서 수트 뒤쪽의 지퍼를 좀 내려서 가슴 압박을 좀 줄이고 천천히 가기 시작했는데 점점 호흡이 찾아지더라. 그러면서 점점 편안해지는 느낌... 그때쯤 인제 아 살았다 싶은 게 ㅋㅋ 이건 아무래도 실제로 연습을 몇 번 해봐야 어떻게 요령이라도 생기지 싶다.

 

 

대회 마치고 정신 좀 차리고 돌아가려고 차에 타서 기록을 보는데 리커버리 시간이 33시간.... ㅋㅋㅋㅋㅋㅋㅋㅋ 힘들긴 힘들었어.... 

 

 

일정 등

 

등록/검차 겸 이것저것 용품 부스들

 

등록 및 자전거 검차가 대회 전날 있기 때문에, 7/2 대회인데 그 전날 속초로 향했다. 원래 혼자 가려고 했었는데 회사 동호회 분들의 많은 도움으로 숙소도 같이 쓰고, 이동도 같이 하고, 여러가지 팁도 받았었다. (바꿈터에서 시간 줄이는 법이라든지, 수영할 때 정면을 가끔씩 봐야 한다든지, 자기 호흡을 먼저 찾아야 한다든지, ...) 생각해 보면 참 감사하다. 만약에 혼자 갔으면 수영은 한참 더 헤맸을 거고 숙소며 이동이며 돈도 더 많이 썼을 텐데.... 같은 종목 한다는 것만으로 잘 챙겨주시고 해서 무사히 다녀온 거 같다.

 

위의 사진처럼 속초 청초호 근처의 등록장소로 가서 등록/검차를 마치고, 또 바로 옷을 갈아입고 수영 연습시간에 연습을 했다. 수트 입고 처음 물에 딱 들어가니 으아... 물은 왤케 차가우며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은지, 거기다가 진짜 한 치 앞도 안보이는데 코스는 돌아야 하지 가다보니 사람 발이 불쑥불쑥 나타나지 ㅋㅋㅋ 사전에 익숙해지자고 한 수영인데 걱정만 더 늘어남

 

 

등록할 때 받은 저 손목 밴드는 대회 끝날 때까지 잃어버리면 안된단다. 수트 입고 벗을 때 찢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겁나 질김

 

 

요게 숙소 거실 전경.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숙소였는데, 상당히 괜찮았다. 수영하고 래쉬가드랑 타이즈 등등 자전거를 빨래건조대 삼아서 말리는 중

 

 

밖에 빨랫줄이 따로 있어서 수트도 말린다. 혹시나 해서 다이빙수트용 옷걸이도 가져갔는데 요긴하게 잘 써먹었다. 이럴 때 집에 한가득 있는 다이빙 용품이 어찌나 도움이 되던지. ㅋㅋㅋ 이 사진만 보면 꼭 어디 가서 다이빙 마치고 나와서 수트 말리는 거 같은 느낌이...

 

 

집주인이 상당히 집을 잘 꾸며둬서 뭐 텃밭에도 이거저거 심어놓고 꽃도 많다. 수국이 딱 이쁘게 펴서 한장... 색깔이 진짜 절묘하지? 특히 파란색에서 보라색으로 바뀌는 저 부분은 해 넘어가기 직전의 진한 노을의 색깔이랑도 비슷한 것이....

 

 

정리를 다 해놓고 밥먹으러 나가는데, 유명한 집인가봐. 무슨 식당이 4층 건물을 통째로 쓰는데다가 밑에 사람들은 전부 대기자... ㅋㅋㅋㅋ 어딘가에 스피커가 있어서 대기자들에게 방송도 해준다. 진짜 대단.... 저 식당 뒤로 돌아가 보면 층층이 주방이 있고 음식물쓰레기통이 열 몇개가 쭉 늘어서 있었다. 이건 뭐 거의 기업이잖아? 여기선 도저히 못먹겠고 해서 다른 집에 가서 고기 먹음

 

 

요건 다음날 대회 마치고 먹은 물회.... 전복물회라고 하는 걸 먹었다. 물회 중에 전복 들어간 건 먹어본 적이 없는데 신선했어 ㅋㅋ 근데 좀 매웠다. 요거 먹고 깔끔하게 귀가

 

첫 대회라서 뭐 정신도 없고 기록도 보기좋게 하위권!! 달리기 훈련 좀 더 해서 더 나가봐야겠다. 뭔가 이번처럼 힘들기만 한 게 아니라 좀 더 운동이 되도록, 그리고 경기 내내 좀 더 집중해서 달릴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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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1. 대회 공식 사진은 아니고 어느 분이 대회 사진찍은 걸 인터넷에 공유했는데, 거기에 내 사진도 들어있었다. 오오... 전체 참가자가 1300명이 넘었는데 그 중에서 한장이라도 건진 게 진짜 행운이지...ㅋㅋ 사진 찍어주신 분께 심심한 감사를.....

 

출처: http://kts.pe.kr/bbs/board.php?bo_table=free_board&wr_id=54477&page=2

 

2. 트라이애슬론 홈페이지에 공식 기록 결과가 나왔다. 수영 36분 1초, 자전거 1시간 24분 46초, 달리기 1시간 8분 32초, 총 3시간 9분 18초... 내가 속한 동호인 30-34세 남자부에서 28위네 오예 중간은 갔다

 

통계를 대충 그래프로 그려보면....

 

 

동호인부 총 완주자 수 638명 대상으로 그래프 그린 결과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싹다 집어넣음... 빨간 점이 난데, 아래쪽 그래프들을 보면 수영같은 경우는 최종 순위에 비해 수영 순위가 높아서 잘하는 편이지만 달리기는 거의 꼴찌.... 비슷한 순위인 사람들 중에서는 압도적인 꼴찌고 전체로 봐도 거의 꼴찌 수준...ㅋㅋㅋㅋㅋ 후 담주부터 저녁에 뛴다

 

자전거는 지금처럼만 타면 되겠어 이정도만 타면 충분해

 

다음 올림픽코스가 9월 말에 있던가.... 그거 신청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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