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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텐츠 리뷰

넷플릭스 다큐 추천 : F1, 본능의 질주

by 에일라거 2020. 9. 18.

넷플릭스를 신청하고 이걸 본 게 아니라, 과장 안 보태고 이걸 보기 위해서 넷플릭스를 신청했다.

 

그만큼 F1을, 사실은 레이싱 전반에 관한 걸 너무나도 좋아한다. 레이싱 중에 최고라고 할 수 있는게 F1이라서 특히 챙겨보는 편이다.

 

솔직히 말하면, F1 레이싱을 풀로 들여다보면 크게 재미가 없다. (FIA도 그거 잘 알고 있다. 그러니까 매년 규칙 변경하지) 그래서 요즘에 Formula 1 유튜브 채널에 가보면, Race Highlights 는 기본이고 F1 TOP 10 시리즈 (팀 라디오 / 사고 장면 / 추월 장면) 도 있고, 테스트하는 것들도 보여주려고 하고, 하여튼 뭔가 시청자들한테 어필하려고 하는, 예전보다 조금 저자세가 됐달까? 그런 게 느껴진다.

 

레이싱 하이라이트만 보면 충분하다 : (2019 Race Highlights : Abu Dhabi)

 

이 시리즈도 아마 그런 것의 일환이지 않을까? 우리 F1은 이렇게 다이나믹해요!! 라고 하려는... ㅋㅋ

 

사실 나도 F1에 조금씩 흥미를 잃어가고 있었는데, 이 시리즈가 엄청 좋은게, 레이스의 뒷 이야기들을 다 알려주니까. 그것도 자막까지 달아서!! 이게 너무 좋은 거 같다. Race Highlights 를 볼 때, 또는 Top 10 onboard 같은 거 들을 때 사실 자막이 없으니까.. 얼마나 답답하겠니 내가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ㅠㅠ

 

어딜 가나 방송국 놈들이란

 

이거봐...ㅋㅋㅋ 레이스 자체보다도, 레이스의 그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서 많은 종류의 인간 이야기를 들려준다.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이야기, 매주 열리는 레이스마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레이서의 이야기, 스폰서가 중간에 계약을 파기하는 이야기, 각종 정치질에 언론플레이, ...

 

 

정말 보다 보면, 흔히 왜 직장 다니는 사람들이 회사는 나를 위해주지 않아 라는 이야기 많이 하는데, 여기서는 매 레이스가 인사평가고, 3~4주 안에 가치를 증명하지 못하면 시즌 중간에 잘려나가기도 하고, 반대로 아예 팀을 점령하다시피하는 사람도 있고... 전세계에서 20개의 자리밖에 없는 곳의 세계라는 것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생생하게 전달해준다. 그러다보니 신경질적인 장면이 그대로 나갈 때도 있고... ㅋㅋ

 

끝없는 무한경쟁의 나날이지만, 한마음으로 뭉칠 때도 있다

레이스는 위험하다. F1는 더 그렇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죽는다. 그래도 20명으로 정해진 그 의자에 앉기 위해 모두가 경쟁하다 보면 만나는 사람은 계속 만나고, (어릴 때부터 경쟁한다) 어찌 보면 모두 동료애...라기보다는 전우애에 가까운 무언가가 있나보다. 누군가가 죽으면, 그건 반드시 저 자리에 서 있는 누군가의 친구였던 사람이다. 그래서 항상 저렇게 추모하더라고. 

 

아마 단순히 추모는 아닐 것이다.

 

'다음엔 나일 수도 있어'

'내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이런 복잡한 마음을 품고서 저 자리에 서 있는 거겠지? 저런 날 인터뷰를 해 보면 마음들이 크게 흔들리는 것 같은데, 또 막상 레이스에 들어가면 그냥 무한 경쟁 속에 바로 던져진다. 멘탈이 진짜...

 

(위의 장면은 드라이버의 죽음을 추모하는 건 아니고, 저 유명한 니키 라우다의 죽음을 추모하는 자리다. 놀라운 건, 지금사진에 보이는 레드불 티를 입고 있는 드라이버의 친구가, 방년 20세로 이 시즌에 사망했다.)

 

HAAS 팀의 스폰서로 나섰다가, 시즌 중반에 통수를 후려치고 튀어버린 윌리엄 스토리

이아저씨 참.... 자본주의는 감정도 뭣도 없다고 느꼈던 게, F1에 후원을 한다는 건 결국 돈이 될 거 같으니까 하는 건 맞다. 그래도 아마 레이싱에 대한 열정같은 게 한 스푼이라도 있었으면 그러지 않았을 텐데, HAAS라는 저예산 미국팀 (보통 레이스 하면 중하위권 정도에 머무른다) 의 스폰서로 나섰다가, 한 3번인가 4번 레이스를 망쳤나? 그러니까 스폰서 계약 바로 파기.

 

돈이 한두푼 하는 것도 아니고...ㅋㅋㅋㅋ 와 통수를 진짜...  근데 뭐 이런 일들이 진짜 비일비재하다고 해야 할까... 레이스만 딱 봤을 때는 이런 거 전혀 몰랐는데, (그냥 돈이 좀 많이 들어가겠거니) 이 시리즈를 보니까 진짜 치열한 경쟁과 물밑작업 끝에 가장 정제되고 빛나는 결과물들만 화면으로 띄워서 보여줬던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만큼 또 이 시리즈가 진흙탕을 보는 거 같고 아주 흥미진진했다.

 

레이싱 자체는 빙산의 일각이었다.

Formula 1의 전반적인 모습을 조명해주는 다큐멘터리인 만큼 레이싱 장면은 크게 많이 나오지 않고, 기술적인 장면도 거의 나오지 않는다. (당연히 안보여주긴 하겠지...) 대신 사람들 사이의 관계, 비하인드 스토리, 레이싱을 만들어가는 과정, 그러한 결과가 나오게 된 이유, 이런 것들을 조명해 주니까 말 그대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봤던 다큐멘터리.

 

F1, 본능의 질주.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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