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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텐츠 리뷰

추리소설 추천 :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by 에일라거 2020. 11. 3.

무한도전에서도 한번 오마쥬? 패러디? 했었지 아마? 

어디 뭐 무도 뿐일까.. 여기저기 많은 작품에서 이 작품의 설정과 트릭을 가져다 쓰고, 무엇보다도 제목이 어느 소설보다도 있어 보이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이제야 읽어보고 후기를 남깁니다.


약 300쪽으로 길지 않은 분량의 소설이고, 추리소설이라 그런지, 아니면 애거사 크리스티의 필력 덕분인지 굉장히 빨리 읽힌다. 실제로 한 3시간도 안돼서 모두 읽어나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속도감 있는 전개가 끊기지 않고 이 책을 읽게 만든다. 

배경이 되는 병정 섬은 지금도 영국에 실제로 있는 섬이라고 한다. 

Burgh Island


실제 이름은 벌 (Burgh) 섬. 지금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팬들이 즐겨찾는 명소가 되었다고. 책에서는 육지까지의 거리가 1.5km 정도인 망망대해 가운데의 조그만 무인도처럼 나오는데, 사진으로 본 벌 섬은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조금 뭐랄까, 나의 상상을 쨍그랑 하고 깨뜨리는 느낌이 나기도 한다. (책 원작의 영화를 볼 때처럼) 그래도 인터넷 사진으로 섬의 구석구석을 볼 때면 책 속에서의 장면이 더 생생해지는 느낌이 든다. 

엇... 여기가 바로 그 문제의 해ㅂ...읍 읍 읍!읍!!


이 소설은 오웬이라는 (알고보니) 가상의 인물이 작중 10명의 주인공들을 병정 섬으로 초대하면서부터 시작된다. 10명은 각자 너무 다르지만 그렇다고 딱히 이렇다할 독특함을 띄지는 않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오웬의 거짓 초대를 받고 한명 한명 살해되어 가는 과정 자체를 소설은 속도감 있게 읊어낸다. 

알고 보니 BBC에서 드라마로도 만들었다

다 보고 나면 요즘 추리소설들에 비하면 트릭이 간단하다고 할 지도 모르겠다. 다만 특이했던 것은, 보통의 추리소설이 형사와 같은 이미 저질러진 사건 현장을 보여주고 '자 한번 알아맞춰 볼까?' 하는 전개가 대부분이라면, 이 소설은 마치 한편의 스릴러 영화처럼 사건이 벌어지는 상황 자체를 독자에게 보여준다. 

이러한 전개에서, 읽다 보면 두가지 감정이 같이 든다. 도대체 범인이 누구냐는 궁금증과 함께 사람이 하나씩 없어져가는 그 조여오는 공포감에 마치 나도 합류해있는 듯한 느낌. 오히려 범인에 대한, 그리고 사건의 해결에 대한 갈망 보다는 이러한 분위기의 압박감을 더 즐기게 되는 소설이었다. 

사람이 하나씩 없어져 가는 과정은 한 전래 동요의 줄거리에 맞춰 그려지게 되는데 이게 또 하나의 공포 포인트로... 왜 인형같은거 오래 쳐다보면 문득 공포스러운 느낌이 든다든지, 분명히 어린이용 동화의 삽화인데 보고 있으면 무섭다든지 하는, 그런 류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음-산


열 꼬마 병정이 밥을 먹으러 나갔네.
하나가 사레들었네. 그리고 아홉이 남았네.


아홉 꼬마 병정이 밤이 늦도록 안 잤네.
하나가 늦잠을 잤네. 그리고 여덟이 남았네.


여덟 꼬마 병정이 데번에 여행 갔네.
하나가 거기 남았네. 그리고 일곱이 남았네.


일곱 꼬마 병정이 도끼로 장작 팼네.
하나가 두 동강 났네. 그리고 여섯이 남았네.


여섯 꼬마 병정이 벌통 갖고 놀았네.
하나가 벌에 쏘였네. 그리고 다섯이 남았네.


다섯 꼬마 병정이 법률 공부 했다네.
하나가 법원에 갔네. 그리고 네 명이 남았네.


네 꼬마 병정이 바다 항해 나갔네.
훈제 청어가 잡아먹었네. 그리거 세 명이 남았네.


세 꼬마 병정이 동물원 산책했네.
큰 곰이 잡아갔네. 그리고 두 명이 남았네.


두 꼬마 병정이 볕을 쬐고 있었네.
하나가 홀랑 탔네. 그리고 하나가 남았네.


한 꼬마 병정이 외롭게 남았다네.
그가 가서 목을 맸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네. 

 


무시무시하지 않은가? 이게 동요(자장가)라고? 그렇지 않아야 할 게 그렇다는 점에서 더 공포를 불러 일으키는 것 같다. 

결국 범인은 누구였을까? 라는 건 사건이 모두 끝나고 편지의 형태로 모두 밝히게 되니 그걸 보시라. 대신에 소설을 읽을 때는 답답함 대신 오히려 그 분위기를 즐기면 좋을 것 같다. 

수많은 스릴러, 반전, 추리소설을 접한 뒤에 읽는 '고전' 추리소설이지만, 클래식이 왜 클래식이라고 불리는지를 알 수 있었던 재밌는 책이었다. 생각날 때 몇번 더 읽어도 좋을 느낌.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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