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첫날 인상이 그렇게 강렬하지 못했던 것은... 뭐 차치하고
진짜 여행 중 제일 짜증났던 일은 둘째날 일어났다.
첫날 비엔티엔에서 묵은 숙소에 와이파이가 터지길래 인터넷을 하면서 다음날 방비엥에 묵을 숙소 위치를 찾아보고 있었다.
(비엔티엔은 볼 게 별로 없어서 하루만에 다른 도시로 떠난다고들 해서 나도 그렇게 했다)
근데 이걸 어쩌나... 우리가 방비엥에 예약한 숙소가, 방비엥 시내에 있는 게 아니고 한 5km 정도 떨어진 블루라군 리조트라는 데였다.
그래서 아 이건 너무 멀지..? 하면서 호텔 예약 어플로 열심히 뒤져서 방비엥 시내에 있는 숙소를 예약하고,
결제까지 완료. 맥주 한 잔 하고 편히 잠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오후에 방비엥으로 가는 버스표까지 예매하고선, 아 이제 완벽해 하면서 밥도 먹고 오전 관광도 살짝 하고선
숙소에서 정류장으로 갈 셔틀을 기다렸다가 정류장까지 갔는데...
일단 표에 한시반으로 돼 있는 게 버스 시간이 아니라 숙소에서 정류장 가는 셔틀 시간이라는 건 차치하고라도,
사진에 보이는 저놈의 버스가 세시가 다 돼서야 밍기적밍기적 정류장에 도착하는 게 아닌가....
와 이런 샹.... 그래도 어쨌든 왔으니까 타자... 하면서 짐 싣고 타는데
사람들이 미친듯이 입구로 들이대더라고.
불길한데... 했는데 역시나 불길한 예걈은 언제나 그러하듯이 이번에도 명중!
자리가 없다.
시바...... 어쩌지 네시간 걸린댔는데
이런 시바신....
첨엔 서서 가다가 한 30분 달렸을까... 도저히 이건 아니지 싶어서 바닥에 앉았다.
근데 이게 또 바닥이 너무 딱딱하고 차가운데 도로가 안좋은 거야. 도로가 느껴짐. 어떡하지... 하는데 버스기사가 곰팡이 핀 베게를 하나 준다.
방석처럼 쓰라고.
순간!
그냥 누울까
아니야 안돼
그렇게 30분을 더 가다가 도저히 허리아파서 안되겠어서 그냥 에라 모르겠다 하고 곰팡이 핀 베게에 내 티셔츠 한장 올려놓고 버스 바닥에 누웠다.
차마 사람들 발이 내 눈앞에 있는 걸 볼 자신이 없어서 베트남 항공에서 준 안대도 하고...
이 와중에 안대는 또 왜이렇게 꽉 끼는지 안구를 찌부러뜨림 안대 벗고 나도 아무것도 안보이네 시바
그렇게 어찌어찌 여섯시간 정도를 달려서 (분명 네시간이랬는데...) 방비엥에 도착했다.
아 이제
아 드디어 끝났구나 했는데
불행한 일은 겹쳐서 온다고 했다.
예약한 숙소가 꽤 외진 곳에 있더라. 물어물어 찾아갔더니 방이 없대
...뭐임마?
잘못 알았겠지. 결제까지 다 했어 거기 열쇠들도 있잖아 개소리하지 말고 방 내놔
결제한건 알고 있어 근데 우린 방이 없는데? 저 키는 못쓰는 방들 키야 미안 ㅋ
.......
끄아아아아아.............
한 30분을 쌩지랄을 했는데 먹히지가 않는다. 어쨌든 방이 없대.
나중에 알고보니 예약 사이트에서 오버부킹 ㅅㅂ....
그래서 안되겠다 싶어 원래 예약한 블루라군 리조트 전화번호를 보여주면서 그럼 전화라도 좀 하자 했더니 그러래.
그래서 전화를 거니까 또 전화를 안 받네 거기는
한 네번 걸어서 안 받고 프론트에 지도를 보여주면서 여기 어떻게 가냐 하니까 지금은 못간대. 택시도 버스도 없대.
...뭐?
와 진짜 미치고 환장하겠더라.
포기하고 ㅅㅂㅅㅂ거리면서 길거리로 나와서 당장 잘 데가 없다는 마음에 멘붕.
아무 게스트하우스나 들어가서 방 있나 물어보자.... 아 지금 성수기랬는데 아놔.... 아 ㅅㅂ 진짜 아놔 ...ㅠㅠㅠ
그래서 일단 바로 옆 게스트하우스를 들어가서 방 있냐 물어봤다.
무슨 방 원하세요?
더블 룸, 프라이빗 배쓰룸, 에어 컨디셔너.
퐐로퐐로 미
그렇게 그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이 데려간 방은 (나중에 알고 보니) 거기서 제일 좋은 방이었다.
얼마냐고 물어보니, 하루에 12달러이고 3일 묵으면 36달러래. 한국 기준으로 아직 생각하고 있었을 때라...
오 엄청 싸네 했는데 거기서 살짝 흥정. 하루에 11달러 해주겠다고 하길래 그럼 토탈 33달러에서 1달러 빼서 32달러 콜? 콜.
3일 자는데 32달러?!? 엄청 싸다고 생각했고, 아 일단 피곤하니까 방을 얻었다는 기쁨에....
결제를 낼름 하고 방키랑 에어컨 리모콘 받아와서 씻었다.
하아... 진짜 지금 생각해도 긴 긴 하루... 어쩐지 그날따라 아침밥이 맛있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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